지난 5일 선두 KIA는 LG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지만 2위 두산과 3위 NC도 각각 한화와 삼성에 패해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반면 5강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던 넥센은 최하위 kt에 덜미를 잡혀 지난 3일 KIA전 대역전승의 분위기를 잇지 못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1~5위 팀이 모두 6~10위 팀에 졌다.
‘가을야구’와 무관한 3약(한화ㆍ삼성ㆍkt)의 ‘초강력 고춧가루’에 상위팀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내심 승수 쌓기 제물로 쌓을 심산이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결코 무시 못할 하위 팀들의 반란이다.
8위 한화는 5일 현재 5위 넥센과 승차가 11.5경기까지 벌어져 있어 남은 21경기에서 반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주축인 김태균과 정근우, 하주석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데다 이상군 감독대행도 일찌감치 팀의 미래를 내다보는 모드로 선회했다. 그러나 한화는 오히려 8월 이후 14승13패를 거뒀다. 외국인 ‘원투펀치’ 알렉스 오간도(9승4패)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5승6패)가 마운드의 중심을 잡고, 송광민, 윌린 로사리오, 최진행이 건재한 타선도 활발하다. 삼성 역시 최근 두산, NC를 상대로 잇따라 승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안성무, 황수범 등 신예 선발진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최하위 kt는 최근 4번의 2연전에서 모두 1승1패를 기록하더니 5일 넥센과 2연전 첫 경기에서도 5-1로 완승을 거뒀다. 특히 kt는 선두 KIA를 상대로 유독 선전했다. 5승5패를 기록해 삼성(8승8패)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은 팀이 KIA다. kt와 6경기나 더 치러야 하는 KIA는 꼴찌팀이라고 해도 결코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이제 팀 별로 16~23경기만 남겨 놓아 긴 레이스의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다. 2위 두산, 3위 NC, 4위 롯데는 모두 2경기씩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특히 1~4위 팀들이 사실상 가을 야구는 안정권에 접어든 반면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두고 싸우는 5강 경쟁 세 팀에겐 하위팀들과 승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5위 넥센부터 6위 SK, 7위 LG까지는 2경기 차로 몰려 있어 ‘3약’에게 당하는 1패는 치명적이다.
하위팀들의 선전은 매 시즌 막판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다. 꼴찌보다는 9위, 9위보다는 8위로 한 계단이라도 끌어 올려야 팬들과 그룹에 면이 서고 다음 시즌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의미 없는 잔여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정신적으로 더 독해지면서 패했다고 해도 큰 부담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