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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경구 “팬들이 부르는 애칭은 꾸꾸 설탕… 내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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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경구 “팬들이 부르는 애칭은 꾸꾸 설탕… 내가 뭐라고”

입력
2017.09.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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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똑같은 내 연기가 지겨웠다.”

설경구는 대한민국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손꼽힌다. 배우로서 한 번 가기도 어려운 칸 국제영화제에 네 번이나 초청됐고, 국내에서도 다수의 시상식을 휩쓸었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박했다. 늘 연기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다는 설경구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6일 개봉)을 통해 은퇴한 연쇄살인마로 분했다. 비주얼로나 연기로나 또 한 번의 파격 변신이다.

설경구가 연기한 김병수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캐릭터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설정은 연기의 갈증을 느끼는 설경구가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추레한 옷차림, 살을 찾아볼 수 없는 왜소한 몸, 안면 경련까지 일으키는 노쇠한 캐릭터다. 전작 ‘불한당’ 속 ‘슈트핏’ 설경구를 찾을 수 없다.

“건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특수 분장은 이 영화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분장을 하면 피부를 막아야 하는데 그럼 표정을 제대로 못쓴다. 원신연 감독은 내게 미안한지 먼저 살 빼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나서서 ‘한 번 늙어보겠다’고 했다. 체중을 10kg이상 감량했다. 한 스태프가 날 보면서 ‘늙어 보인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화가 되면서 캐릭터의 설정이나 상황 등이 조금씩 바뀌었다. 설경구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김병수를 구축했다.

“소설에서 나온 대로 쾌감을 느끼고 살인을 했다면 너무 막연했을 것 같다. 영화 속 김병수는 그나마 보편적인 사람처럼 나오지 않나. 물론 딸 은희(김설현)와 태주의 존재를 끌어내는 부분이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상업 영화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병수에게는 딸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있으니까.”

설경구는 극중 대립관계이자 딸 은희(김설현)의 남자친구 태주 역을 맡은 김남길과 ‘강철중-공공의 적’(2008년) 이후 9년 만에 재회했다. 설경구는 “(김)남길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안 늙는다”며 웃었다.

“외모도 그대로지만 현장에서 스태프를 편하게 대하는 행동들도 똑같다. 아무렇지 않게 스태프 팔짱을 끼고 다니고 장난을 잘 친다. 워낙 성격이 스스럼없다 보니 사람들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촬영에 돌입하면 표정이 화 바뀌는데 참 멋있는 친구다.”

설경구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난 김설현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다. 애칭을 ‘현이’로 부르며 설현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배우 설현도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현이가 언론시사회가 열리기 한 달 전쯤 갑자기 감독에게 영화를 보여달라고 했다. 완성본을 본 뒤 후시녹음을 다시 하겠다고 욕심을 내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설경구는 ‘박하사탕’(1999년)을 기점으로 ‘공공의 적’(2002년) ‘오아시스’(2002년) ‘실미도’(2003년) ‘해운대’(2009년) ‘타워’(2012년) ‘감시자들’(2013년) ‘소원’(2013년) 등 수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어느 새부턴가 자신의 이미지 고착화에 대해 갈증을 느꼈고 고민을 반복했다.

“늘 보여준 방법으로 또 설경구를 써먹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아 또 똑같은 연기를 해’라고 평가하는데 나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나? 그렇게 고민을 반복하다 만난 작품이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이 캐릭터의 얼굴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 연장선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다.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며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고민과 열정이 녹아 있는 ‘불한당’은 설경구의 인기에 불을 지핀 작품이다. 비록 수치상으로 흥행한 작품은 아니지만 설경구가 보여준 남성적인 매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일명 ‘불한당원’으로 구성된 2030 여성 팬들은 설경구를 ‘꾸꾸’ ‘설탕’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정말 과분한 일이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주나 싶다. 나조차도 분석이 안 되는데 팬들의 화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너무 감사하고 감동을 받는다. ‘꾸꾸’ ‘설탕’이라고 불러주는데 참 편한 애칭이다. 많은 힘이 된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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