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미전략포럼서
“적절한 조건서 비핵화 대화”
백악관은 “대화 시점 아니다”
미국 백악관이 북한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 아니라고 못을 박은 가운데, 워싱턴을 방문한 우리 정부 고위관리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며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미 정부가 대북 정책의 조율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워싱턴에서 ‘이견’이 드러난 것이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 및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며 “그렇더라도 현재 북한과의 대화는 백악관의 관심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라고 전제한 뒤 “더 안전하고 비핵화된 한반도를 밀고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핵 없는 한반도’란 목표는 유효하지만 대화가 아닌 보다 강한 압박 수단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은 이날 워싱턴DC 국제전략연구소(CSIS)본관에서 진행된 2017 한미전략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도발과 위협 중단을 포함한 적절한 조건에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지금이 대화를 할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했음에도, 비록 조건을 제시했지만 대화의 재개를 언급한 것이어서 한미간 대북 접근방식의 온도차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조 차관은 이어 “인도적 문제나 비무장지대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는 대북 제재 압박 노력을 상쇄하지 않을 것이고 전략적 실수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정부가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하는 필요성은 잘 알지만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되거나 북한의 오판을 야기하지 않도록 신중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조 차관은 곧바로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그런 정책들을 더는 추진할 여유가 없다”라며 “현재 백악관은 어떤 문제점도 보이지 않는다”고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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