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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특별했던 김영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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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특별했던 김영권의 눈물

입력
2017.09.0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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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무승무로 마쳐 월드컵 티켓을 따내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김영권(맨 왼쪽). 오른쪽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는 신태용 감독. 타슈켄트=연합뉴스
6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무승무로 마쳐 월드컵 티켓을 따내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김영권(맨 왼쪽). 오른쪽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는 신태용 감독. 타슈켄트=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리고 잠시 뒤 시리아-이란의 경기가 그대로 2-2로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김영권(28ㆍ광저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는 박수를 치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즈벡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같은 시간 이란과 시리아도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한국은 2위를 지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즈벡전을 앞두고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는 김영권이었다.

그는 지난 달 31일 이란과 홈경기 후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답답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의도 없이 경기 중 힘들었던 점을 토로한 것이지만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6만 명의 관중, 많은 팬들이 발끈했다. 김영권의 이름이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신 감독이 “내가 김영권에게 주장으로서 1초도 쉬지 않고 대화하며 선수들을 이끌라고 주문했다. 김영권이 그걸 잘 이행하려다 아쉬운 부분이 생겨 한 말일 뿐 팬들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김영권도 두 번이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신태용(오른쪽) 감독의 지시를 듣는 김영권(가운데)와 정우영. 타슈켄트=연합뉴스
신태용(오른쪽) 감독의 지시를 듣는 김영권(가운데)와 정우영. 타슈켄트=연합뉴스

타슈켄트에 와서도 김영권의 표정은 늘 어두웠다.

그를 일으킨 건 신 감독이었다.

경기 전날 김영권이 선발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신 감독은 “주장 김영권은 선발로 나간다”고 못을 박았다. 신 감독은 평소 특정 선수 출전 여부에 대해 입을 꾹 다물었지만 김영권은 예외로 해 힘을 실어줬다.

김영권 역시 우즈벡전 후 “감독님이 가장 옆에서 계속 이야기해 줘 힘이 됐다. 내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면 처진다고 생각하셔서 옆에서 내가 리드해야 하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며 좋은 말을 해주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팀의 주장으로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음 단단히 먹고 경기에 임했다. 의도치 않게 그렇게 돼 많이 힘들었는데 무승부지만 본선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를 거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일을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는 “국가대표 주장으로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월드컵 전 이런 경험을 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국민들의 응원으로 좋은 결과가 났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란-우즈벡과 연이어 득점 없이 비기며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를 선물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은 주목할 만하다. 신 감독 부임 전 최종예선 8경기에서 9실점하는 등 와르르 무너진 수비를 개선한 건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그 중심에 주장이자 중앙수비로 두 경기 모두 풀 타임 뛴 김영권이 있다. 그는 “감독님이 경기 전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해줬다. 물론 부담감이 있었지만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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