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킬러’ 사르다르 아즈문(이란)이 한국 축구의 러시아행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도 팬들의 막힌 가슴을 뚫어주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같은 시간 이란-시리아 경기도 2-2로 끝났다. 한국이 4승3무3패(승점 15)를 마크하며 조2위를 지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리아와 우즈벡이 승점 13으로 같지만 골득실(시리아 +1, 우즈벡 –1)에서 앞선 시리아가 3위가 돼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한국은 우즈벡을 상대로 후반 중반 이후 압도적인 주도권을 잡았지만 끝내 득점에는 실패, 최종예선 원정 5경기(2무3패)를 무승으로 마무리했다.
일단 소기의 목적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은 이미 러시아행을 일찌감치 결정하며 1930년 우루과이 대회 이후 개근 중인 브라질(21회) 그리고 독일(16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에 이어 본선 연속 진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은 예상대로 3만4,000명의 관중으로 꽉 찼다. 경기장 밖은 경기시작 약 3시간 전부터 인파로 가득했다. 경기장 질서를 위해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스타디움 주변을 철통같이 둘러쌌다. 한국 응원단은 현지 교민 300명에 한국에서 날아간 응원단 ‘붉은악마’ 35명이 합세했다. 우즈벡 경찰병력이 한국 응원단이 앉은 2층 구역을 완전히 포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국이 잘한 게 아니라 우즈벡이 못했다.
전반에 우즈벡의 하이다로프와 한국의 황희찬, 손흥민이 한 번씩 골대를 때렸지만 위력적인 모습은 없었다. 전반 13분 시리아가 이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려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전반 종료직전 이란 아즈문이 동점골을 넣어 한숨 돌렸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에 베테랑 염기훈과 이동국을 투입했다.
후반 중반 이후 우즈벡은 눈에 띄게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의외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21분 이란 아즈문이 두 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아즈문은 한국을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한국 킬러’로 불렸던 선수다. 후반 40분 염기훈의 크로스를 이동국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맞고 튕겼다. 종료 직전 또 한 번 완벽한 찬스를 맞았지만 손흥민의 슛이 빗나갔다.
후반 추가시간 우즈벡이 얻은 마지막 프리킥에 한국은 끝까지 가슴을 졸였지만 게인리히의 킥이 한국 골키퍼 김승규 품에 안겼고 종료휘슬이 울렸다. 태극전사들은 진이 빠진 듯 그라운드에 모두 쓰러졌다.
3위 자리를 놓고 또 한 번 반전이 일어났다. 시리아가 종료직전 동점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3위를 차지했다. 우즈벡 팬들은 자포자기한 듯 했다. 자국의 졸전에 화가 난 우즈벡 관중들은 후반 막판부터 야유를 쏟아내고 머플러를 집어 던져 분노를 표출했다. 우즈벡이 최종 4위로 완전 탈락하자 그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한국대표팀을 향해 엄지를 들고 박수를 보냈다. 자신들은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없다는 의미로 보였다.
하지만 답답한 건 한국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팬은 ‘그래도 월드컵은 나가네’라고 글을 올렸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고도 맘껏 웃을 수 없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였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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