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엄중 처벌 원했던 피해자 측
“죄 지은만큼 벌 받길 원해”
“우리 막내가 온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가 알았으면 한다. 보물 같은 존재였다. 나쁜 짓 하면 안된 다는 것을 세상이 알 수 있게 (엄중한) 벌이 내려졌으면 한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피해아동의 어머니 A(43)씨는 지난 7월 12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 심리로 열린 주범 김모(17ㆍ고교 자퇴)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8살 난 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김양을 쳐다보는 A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A씨는 앞서 “재판부가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문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6월 1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청원에 올린 글에서 “가해자들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냥하자는 말로 공모해 사건을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무참히 살해하고 훼손하고 유기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사회적 지위와 많은 돈으로 범죄를 덮으려 하는 행태에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입니다. 충분히 죗값을 치르고 본인들의 잘못을 반성하게 하려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는 최근까지 25만9200여명이 ‘추모’와 ‘동의’를 뜻하는 온라인 헌화를 했다.
인천 초등생 사건과 최근 외부에 알려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을 개정해 소년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글 2건에는 사흘 만에 17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법조계 등에선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소년법 개정과 폐지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다. 소년범죄 사건을 다뤘던 한 변호사는 “소년법은 소년을 보호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임시로 메우듯이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며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연령을 낮추는 것은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라며 “촉법소년은 14세 미만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중학교 3학년까지 해당이 되는데 죄질 면에서, 범행 수법이나 정도가 중한 경우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초등생 사건 피해아동 부모 측도 최근 소년범을 조건 없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ㆍ유인 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김양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공범 박모(18)양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구형 받았다.
초등생 사건 피해아동 측 법률대리인 김지미 변호사는 5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아동) 부모님들은 무조건 아이들을 어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 아이들(주범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이 저지른 죄만큼 벌을 받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과 부산 사건 때문에 시민들이 공분하고 ‘요즘 아이들은 아이들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피해자이기 때문에 엄하게, 중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며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냐 하는 문제도 얘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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