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저평가 받고 해촉 당해
동료들 “평소 직언에 잦은 갈등”
서울 강남의 보험사 사옥에서 이 회사 지점장인 50대 남성이 투신해 숨졌다. 직장 동료들은 “본사 갑(甲)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5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15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보험사 빌딩 21층에서 양모(58)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씨는 1996년 이 회사에 들어와 올해로 16년째 송파구 소재 지점장을 맡았다가 지난달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직장 동료들은 “상반기 지점 평가 때 본사 임원으로부터 부당한 평가를 받아 해촉된 양씨가 이날 임원 면담을 하러 왔다가 얘기가 잘 안 풀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성토했다.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동료 A(56)씨는 “양씨가 2년 전부터 회사로부터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올해 본사가 지점 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입사원 채용 점수를 낮게 주려고 양씨 지점 소속 신입직원 일부에 낮은 평가를 줘 내보내거나, 채용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료 B씨(57)는 “양씨 지점의 보험상품 판매 실적은 항상 상위권이었지만, 평소 직언을 서슴지 않던 성격이라 본사 임원들과 종종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씨 지점은 올해 상반기 평가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가 양씨 해촉 근거로 작용했다는 게 A씨 등 동료들 얘기다. 양씨가 몸담았던 보험사의 지점장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매년 위촉 형태로 계약을 갱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양씨가 본사 임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서한엔 이런 사항을 항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본사 입장을 직접 듣고 싶다”며 사건 발생 4시간이 넘도록 시신을 수습하지 않다가 오후 6시30분쯤 강남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겼다. 유족은 “(양씨가) 평소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 (해촉이 결정된) 최근 며칠간 무척 힘들어했다”고 했다.
유족과 회사 동료들의 주장에 본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경위를 더 알아본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양씨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족과 회사 관계자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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