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검토하도록 촉구했다고 한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현무2 탄도미사일과 F-15K 전투기를 동원해 풍계리 핵 시설을 모의 정밀 타격하는 대북 응징 훈련을 실시했다.
엊그제 북한의 핵 실험 이후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일관된 정책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대화의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군사 대비 태세 강화와 고강도 대북 압박 외교에 방점을 두면서 “대화”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레드라인’에 근접한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현재의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 제한이 풀릴 경우 유사시 지하 깊숙이 마련된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과 지휘부를 더욱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1~2톤 정도로 탄두 중량을 늘리면 지하 수십 m까지 초토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장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곧이어 전개될 한미 연합 군사 대응에서도 항모와 핵잠수함, B1-B 전략폭격기와 F22, F35B 등 가능한 전략 자산을 총동원해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고강도의 외교 압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논의가 시작된 시점에서 그동안 원유 공급 차단에 소극적이었던 러시아에 직접 동참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안보리 제재 결의를 통한 원유 공급 차단이 그리 수월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은 “가능한 최강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대북 추가 압박이 효과를 보려면 미국이 이번 주 중 초안을 제시해 11일 채택을 목표로 하는 새 대북 제재안에는 ▦대북 원유 공급 일시 중단 ▦의류 등 북한 주력 수출품 수입 중단 ▦북한 노동자 입국 금지 등의 조치들이 포함돼야 한다.
이 같은 제재안이 안보리를 통과하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찬성이 필수다. 이를 목표로 남은 며칠 동안 가능한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6,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은 절호의 기회다.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지, 중국 당국자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 새 정부의 외교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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