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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법 입국 청년 추방 유예 ‘드리머 제도’ 폐지한다

입력
2017.09.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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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유예기간 두고 의회서 타협 시도

백인우월주의 사태 이어 또 사회 양분 전망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를 결국 폐지키로 방침을 굳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이 비판 여론으로 들썩이고 있다. 샬러츠빌 폭력사태와 백인우월주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미국 사회가 또다시 두 쪽으로 갈라지게 됐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유예(DACA)’ 제도의 폐지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다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어 의회에서 개정안을 마련하는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 참모들과 논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2년 행정명령 발동과 함께 한시적으로 도입된 DACA는 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10~20대가 추방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른바 ‘드리머(dreamersㆍ꿈꾸는 사람들) 제도’로도 불린다. 시한이 도래될 때마다 계속 연장 조치가 취해져 왔고, 최대 80만명이 그 수혜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를 ‘불법 사면’이라고 비판하면서 폐지를 공약했으나, 취임 이후엔 사안의 민감성 탓에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해 왔다.

이런 가운데 끝내 ‘폐지’ 결정이 나자 각계의 반발이 거세다. 테드 미첼 미국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미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해 온 수십만명의 젊은이와 그 가족들의 삶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은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CEO) 400명도 폐지 반대 시민단체 청원에 참여키로 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주검사장은 “DACA 프로그램 폐지 땐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민주당은 물론,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DACA 폐지 대신 보완적 입법’을 주장하는 등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AP통신은 “공화당에서 내전(civil war)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NYT는 “6개월 유예가 트럼프 행정부에 잠시 숨고를 여유는 주겠지만, 장기적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어 결국 모든 이들에게 불쾌감만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발을 의식한 듯 세션스 장관의 발표 후 다소 정제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서면 성명을 통해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DACA를 질서 있게 해체할 것”이라며 “DACA 대상자들은 범법을 하지 않는 한 이민법의 우선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회가 DACA의 대체입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6개월의 시한을 설정했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국토안보부 고위 관계자도 로이터통신에 “DACA 대상자들의 신상정보를 다른 법집행기관에 적극적으로 공유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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