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이틀째를 맞은 KBS 노사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이인호 KBS이사장과 조우석 KBS이사의 해임청원서를 제출했고, KBS사측은 고용노동부에 파업 중단을 위한 '긴급조정'을 요청했다.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5일 경기 과천시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이사장은 공정방송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고 KBS 관용차를 500여 차례 사적으로 유용해 위법을 저질렸다"고 주장했다. 성 위원장은 "조우석 이사도 공개 석상에서 막말을 반복하는 등 공정성과 대표성을 생명으로 하는 KBS 이사의 직위에 현저히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해임 청원하는 사유를 밝혔다.
KBS새노조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고대영 KBS 사장이 재임 기간 동안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KBS 직원들에 대해 징계를 남발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지만 이를 묵인해, KBS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새노조는 특히 "고대영 사장은 미래방송센터(가칭)인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면서 KBS 수원센터를 이사회의 의결도 없이 임의로 매각하려 했다"며 그 배경에는 "이인호 이사장이 고의로 권한을 내려놓았다"고 주장했다.
KBS새노조는 최근 KBS 관용차를 500여 차례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이 이사장을 고대영 사장과 함께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KBS새노조는 조 이사에 대해서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에 대해 극도의 혐오 감정이 담긴 범죄적인 발언을 반복하는 인물"이라며 “공영방송의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KBS새노조는 조 이사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날 언론시민단체 KBSㆍMBC정상화시민행동도 시민 10만4,004명의 서명을 받은 'KBSㆍMBC 적폐이사 파면 시민청원'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이들은 이 이사장과 조 이사, 차기환 이사 등 KBS 이사들을 비롯해 고영주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김광동 이사, 유의선 이사를 '적폐이사'로 꼽으며 파면을 요구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한 사회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이사회(방문진)가 극우세력의 놀이터가 됐다”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방통위는 더 이상 MBC 방송노동자들의 목소리, 국민과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당장 법과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 공영방송의 부적절한 이사들을 향해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KBS 사측은 이날 고용노동부에 총파업 중단을 위한 '긴급조정'을 요청했다. 사측은 "KBS는 북한이 감행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인해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방송법상 국가 기간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엄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긴급조정'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ㆍ사진=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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