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핵보다 사거리 짧은
야포ㆍ단거리 미사일에 탑재
북한의 잇단 핵ㆍ미사일 도발에 우리도 핵으로 무장해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대북 억지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미국에 제공해야 할 반대급부와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 격화라는 부작용이 명확해 정부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5일 정치권에서는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이 1991년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다. 최근 한반도 갈등 기류에 편승,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전술핵 재배치를 아예 당론으로 채택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소형 핵무기를 뜻하는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사거리가 짧은 야포나 단거리 미사일 등에 탑재되고 국지전에서 쓰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당 공식 입장인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전술핵을 언급했고,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도 “5,000만 국민이 핵의 인질이 됐다”며 “전술핵 배치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핵 추진 항공모함이나 장거리 전략 폭격기 같은 미국의 핵심 전략 무기들이 한반도에 늘 대기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북핵 대응 조치로 미 항모강습단과 폭격기 등을 공세적으로 전개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한미 협조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북한 도발 억제 방안으로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미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B를 한반도에 3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한미가 논의 중이다.
그러나 미국 무기라 하더라도 한반도 핵무기 배치는 국내외의 반발에 직면할 게 뻔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술핵을 가져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핵을 들여오는 모순에 봉착할 수 있다”며 “핵 주변 주민들의 반대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미 군사 전문가 대부분이 우발적 충돌 위험을 증폭한다는 이유로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고 4일 전했다.
전략 무기를 상시 배치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부담 역시 적지 않다. 미국이 핵심 자산을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 내에 주둔시키도록 만들기 위해선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증액을 요구하거나 무기를 더 사도록 압박할 수 있다”며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꺼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일도 난제”라고 지적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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