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의 동반 20승을 향해 달려가던 양현종(29)과 헥터 노에시(30ㆍ이상 KIA)의 승수 쌓기에 급제동이 걸렸다.
양현종은 지난달 15일 17승을 올린 뒤 3경기째 승 없이 2패만 떠안아 20일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개막 7연승 행진이 중단된 5월9일 이후 6월15일 롯데전에서 8승째를 올리기까지 이어졌던 한달 여 무승 기간 이후 가장 긴 침묵이다. 투구 내용이 썩 부진한 건 아니었다. 8월22일 롯데전에서는 선발 5⅓이닝 동안 9피안타(2피홈런)를 허용했지만 4실점(3자책)했고, 8월27일 NC전에서는 잘 던지다 5-2로 앞선 7회 집중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2일 넥센전에서도 6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에 그쳤지만 타선 불발로 또 다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헥터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에서 17승째를 올린 뒤 3일 넥센전에서도 8이닝 1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했지만 팀이 9회말 7-8로 어어 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다 잡은 18승을 놓쳤다.
승리투수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고 있는 두 투수다. 평균자책점이나 탈삼진과 달리 승리는 선발투수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LA 다저스의 투수 리치 힐은 8월24일 피츠버그와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노히트 경기를 하고도 연장 10회 단 한 개의 홈런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KBO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양현종과 헥터도 KIA의 고질적인 불펜 불안과 타격 슬럼프 앞에서 승수 쌓기는 불가항력이었다.
17승을 올린 시점에서만 하더라도 시즌 20승은 떼어 논 당상처럼 보였지만 이쯤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KIA는 4일 현재 23경기를 남겨 놓아 양현종과 헥터는 약 4, 5차례 더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같은 분위기라면 3승을 더 보태는 건 결코 쉽지 않다. 7, 8차례나 등판을 남겨 두고 17승까지 올린 페이스를 감안하면 더욱 아깝다. 특히 양현종은 1995년 이상훈(LG 코치) 이후 무려 22년 만의 토종 선발 20승의 대기록에 도전 중이다. KBO리그 사상 한 시즌 20승 투수는 지금까지 17차례 나왔다. 가장 최근 20승은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22승이며, 토종 선수로는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명맥이 끊겼다. 정민태는 구원승 1승이 포함돼 있어 ‘순수 선발 20승’으로 따지면 이상훈이 마지막이다. 특히 이상훈에 앞서 20승을 달성했을 때는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이라 선발투수가 아마추어 야구처럼 밥 먹듯 등판했던 시절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경기 수까지 늘어 각종 기록이 쏟아지는 현대 야구에서도 20승 투수 반열에 올라서는 건 그만큼 하늘의 별 따기다.
왜 ‘꿈의 20승’이라 불리는지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양현종과 헥터의 최근 행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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