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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위협에 대응하는 일본의 방식

입력
2017.09.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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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만나도 ‘승객’부터 안심시켜

지도자의 결단과 국론통일이 긴요해

냉철한 전략 갖고 ‘운전석’에 앉아야

며칠 전 일본에 다녀왔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한국 국적기를 타고 갔지만, 동경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사정이 생겨 일본 국적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이틀 만에 양국 비행기를 이용하다 보니, 한국과 일본 비행사가 난기류를 만날 때 대응하는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되었다. 한국 비행기는 "난기류가 예상되니 승객 여러분은 자리에 앉으시고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란다"고 안내 방송을 했다. 그런데 일본 비행기는 조금 달랐다. 난기류로 인해 기체의 흔들림이 예상되나, 기체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니 승객 여러분들은 안심하시기 바란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필자와 같이 고소공포증 증세가 있는 승객들에게는 일본 비행기의 안내방송이 보다 안도감을 줬다.

이런 차이가 양국의 안보정책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19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 일본 정부는 그 동안 주저하던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체제 공동연구에 즉각 착수하였고, 4-5년 후에는 미국으로부터 PAC-3와 SM-3 요격미사일을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도입과정에서 예산상 부담이 따르자 일본 재무성은 기존의 자위대 전력, 특히 육상자위대의 탱크와 화포를 절반 이하로 삭감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며,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10년 전후부터 일본은 해상의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와 지상에 배치된 PAC-3 미사일 방어체제를 갖게 되었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라는 난기류로부터 자국 국민들을 보호하려 한 일본 정부의 소명의식과 재원배분 등의 결단이 재빨리 미사일 방어체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반면 이 시기의 한국은 미국이 요청한 미사일방어체제 공동연구 참가를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면서 거절했다. 2003년부터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예산이 편성됐으나, 예산당국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뒤늦게 2010년 무렵부터 국방연구원과 미국의 미사일방어국 간에 공동연구가 시작됐으나, 2015년까지 구축될 것이라고 예고됐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는 어쩐 일인지 2020년 이후 시점으로 늦춰졌다. 또 지난 해 주한미군 기지에 한정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도입이 결정됐지만,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본다면, 정치지도자들의 전략적 결단이나 과감한 예산 책정 등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있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 결과 지금 우리는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이라는 초대형 태풍급 난기류에 맨몸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이 같은 안보위기 상황에 과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 난기류를 넘어가는 일본 비행사와 같은 심정으로 대응의 실마리를 원점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강화가 우리의 국가적 생존을 노리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 상황실에 북핵 상황판도 설치하고, 정파를 초월하여 국론을 통일하고 일치된 대응을 할 수 있는 거국적 태세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취약점을 공략할 우리의 강점과 능력을 개발, 강화해야 한다. 일본은 미사일 방어능력을 가진 레이저 무기 개발에도 착수하겠다고 했다. 우리도 민관군이 협력해 북한의 핵 및 그 운반수단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동맹국 미국을 포함하여 북한의 핵도발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와도 폭넓은 연대 및 공조를 유지하는 것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국내적 역량과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는 대북 전략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국판 대북 민주전선 전략으로 북한 내에 자유와 평화를 바라는 민주시민들을 만드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에 앉기 위해서는 냉엄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결단과 독자적 능력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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