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 후 초반에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우승자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난해부터는 ‘우승자 임지영’이 아닌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색깔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5년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이라는 소식을 전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2). 그는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어에 갇히기 보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우승 2년 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 워너 클래식에서 자신의 데뷔 앨범을 냈다. 워너 클래식에서 앨범을 낸 한국인은 그가 8번째다. 5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지영은 그 동안의 이야기와 소회를 들려줬다.
워너 클래식에서의 음반 발매는 그에게 “선물같이 찾아 온 소중한 기회”였다. 지난해 3월 서울국제음악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알랑 랑세롱 워너 클래식 사장과의 만남이 계기가 돼 데뷔 앨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나흘간 녹음 한 이번 앨범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가 담겼다. “처음에는 현대적인 곡들을 녹음하고 싶었는데, 첫 녹음으로는 위험성이 크다고 해서 모차르트로 변경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첫 앨범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고전 작품이 담긴 첫 앨범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더 다양한 레퍼토리의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임지영은 2014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연주 특별상을 받기도 했던 만큼, 모차르트 소나타는 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곡으로도 꼽힌다. 그는 “모차르트가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음악가라 생각한다”며 “가볍고 유쾌하기도 하지만 내면에 슬픔이나 어두운 면으로 격정적일 때도 있다. 그런 그림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앨범의 피아노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함께 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는 바이올린 못지 않게 피아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레퍼토리로 알려져 있다. 임동혁은 임지영보다 앞서 2001년 워너 클래식에서 앨범을 발매한 선배 연주자이기도 하다. 임지영은 이번에 연주를 함께 하기 전에는 임동혁과 개인적 친분이 없었음에도 연주 호흡이 매우 잘 맞았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눈도 못 쳐다봤는데 몇 마디 하다 보니 오래 알고 지낸 사촌오빠 같은 느낌이었죠. 지금까지 연주를 하면서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는 걸로 보아 생각하는 게 비슷하지 않을까요?”
임지영은 임동혁과 함께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에 나선다.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앨범 수록곡인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8번, 26번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등을 연주한다.
7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임지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친 순수 국내파로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했다. 지난 2월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홀로서기를 통해 나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데 굉장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이전에는 음악을 좋고 싫음으로 구분하고 했는데 이제는 포용적인 태도로 음악을 품는 여유를 배우려고 합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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