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 혐의 MBC 전ㆍ현직 사장 고용부 출석 조사
김장겸 12시간 조사 뒤 밤 늦게 귀가… 기소 임박 전망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 등 MBC의 전ㆍ현직 사장들이 줄줄이 고용노동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기소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고용부 서울서부지청에 자진 출석한 김 사장은 오후 10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그는 출석하면서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 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취임한 지 6개월밖에 안된 사장이 정권을 등에 업은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는가”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그는 “당당히 조사받고 가겠다”며 청사로 입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 MBC 소속 기자가 “블랙리스트(노조원 배제 명단)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질문했지만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 당했고, 김 사장은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는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김 사장을 응원하기도 했다.

김 사장에 이어 김재철 전 사장은 이날 낮 12시40분쯤 홀로 출석해 2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날 그는 재임 당시(2010년 3월~2013년 3월) 노조원들 사이에서 ‘신천교육대’로 불리던 교육 프로그램인 ‘MBC 아카데미’에 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편파보도를 비판하며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와 PD 등 100여명은 재교육 명목으로 수개월간 직무와 무관한 ‘맥주 만들기’ 등을 배워야 했다. 김 전 사장은 사장 재임 당시 부당해고와 전보 등에 대해 “회사 경영의 일환이었으며 일 안 하는 사람들을 해고한 것”이라며 “내가 있었던 2011년에 MBC 시청률이 방송 3사 중 압도적인 1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후배기자들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고통도 은총이라는 말이 있다”며 “고통을 통해 우리나라 언론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MBC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기소까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검토한 뒤 기소를 예상한 바 있다. 고용부 서울서부지청 관계자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라며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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