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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는 요지경~

입력
2017.09.0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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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요지경(瑤池鏡)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비록 싸구려로 제작된 장난감이라고 해도 상자 앞면에 달린 확대경을 통해 안에 있는 그림을 돌리면서 들여다보며 맛봤던 신비감이란... 이 장치는 본래 극과 같이 줄거리가 있는 여러 장면의 그림이나 여러 곳의 풍경화를 설명하면서 그림을 차례로 보여 주는 것으로 영화가 나오기 전에 유행했다고 한다. 신선이 산다는 구슬연못(瑤池)에서 유래해 천태만상의 세태를 뜻하는 '요지경 속 세상'이라는 말을 낳게 했다는 설명도 있다(네이버 백과).

▦ 알쏭달쏭하고 묘한 세상 일을 비꼬는 '요지경'이 친숙하게 다가온 것은 배우이자 가수인 신신애씨가 1993년 발표한 '세상은 요지경'이 크게 히트하면서다. 당시 흥겨운 가락에 실린 풍자적 가사는 그의 전매특허인 '이판사판춤'과 어울리며 '신신애 열풍'을 낳기도 했다. 그 요지경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얘기다. 건국절 등 우파적 역사관과 창조과학회 활동 등 반지성적 행적이 문제가 되자 그는 "역사에 무지해 생긴 불찰"이라거나 "창조론이 아니라 창조신앙을 믿었다"고 강변했다.

▦ 당연히 '자리만 탐하는 무책임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하지만 청와대는 "소시민 때 흔적은 결격사유가 안 된다" "교육부 장관도 아닌데…"라며 비호에 급급하고 있다. 역사교체와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국정철학의 공유가 고위직 인사의 첫째 조건이라던 기개는 오간 데 없다. 급기야 "크리스천이며 박태준 전 총리를 존경하는 이공계 출신에게 역사관 등의 문제제기는 지나치다"는 민정수석실의 의견에 따라 '생활보수'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들이댔다. '능력이 되면 좌우를 가리지 않는 통합ㆍ탕평인사의 전형'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 더 '웃픈' 것은 문 정부 인사라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던 자유한국당이 과학계는 물론 정의당마저 "국민에 대한 신의를 배신했다"고 비판하는 이번 인사에 대해 시종 입을 닫고 있는 점이다. 코드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일까, 보수언론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역사를 긍정적으로 본 죄' 운운하며 감싼다. 상황이 이러니 청와대는 11일 열리는 박성진 인사청문회가 '적과의 동침' 분위기 속에서 무난하게 진행되리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지적처럼, 문 정부가 적폐세력과 손잡을 날도 오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s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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