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측 합작사 베이징자동차
사드 보복에 납품가 인하 강요
협력업체들이 부품공급 중단
현대자동차의 중국 생산공장이 일주일 만에 또다시 멈춰 섰다. 현대차 중국법인 베이징현대의 중국 측 합작사 베이징자동차(北京汽車)가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며 외국계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자 부품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중국 사드 보복으로 베이징현대의 판매실적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베이징자동차와 협력업체 간 갈등으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중국시장에서 현대차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 중국 창저우(常州) 4공장이 이날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30일 현대차 중국 공장 4곳(베이징 1~3공장, 창저우 4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됐다가 재개된 지 일주일 만이다. 차량 공기여과장치인 에어인테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계 협력업체 창춘커더바오에서 대금지급 지연을 이유로 지난 주말 납품을 중단하면서 이날 재고가 바닥났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3만개 부품 중 단 한 개라도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이 이뤄질 수 없다.
베이징자동차는 현재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베이징현대의 판매실적이 악화하자 부품 협력업체들에 납품가를 20% 인하해야 밀린 납품대금을 주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중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에서 현대차는 차량 생산ㆍ판매 부문을, 베이징자동차는 대금납부 등 재무 부문을 각각 나눠 맡고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자동차의 납품가 인하요구에 반대하고 있지만 설득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 때문에 현대차의 중국공장 가동중단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중국 동향을 분석하는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실마리는 결국 베이징현대의 실적회복”이라며 “하지만 중국 사드 보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베이징자동차와 협력업체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베이징자동차의 대금납부 지연에 중국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자동차가 신용등급 하락이나 임금지급 지연 같은 비상사태가 아님에도 공장 가동중단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런 추측은 다소 성급한 것이지만, 국영기업인 베이징자동차의 의사결정 과정에 사드 보복에 나선 중국정부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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