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인경, 롯데 김해림, KB금융 오지현, 하이트진로 김하늘(왼쪽부터)./사진=LPGA, 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골프 선수의 우승은 곧 후원 기업의 광고 효과로 이어진다. 선수의 모자엔 메인 후원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선수가 대회 정상에 오르면 메인 후원사의 로고는 미디어를 통해 수 없이 노출된다. 기업들이 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후원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올 시즌 골프 후원사들의 한미일 투어 우승 성적표를 보면 한화가 가장 앞서 있다. 한화는 김인경(29)과 노무라 하루(25ㆍ일본)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각각 3승과 1승을, 김지현(2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기록 중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선 이민영(25)이 2승을 달성했다.
한화골프단은 선수들에게 ‘통 큰 지원’을 하기로 유명하다. 한화골프단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KLPGA 선수들에겐 투어밴과 트레이너를 지원하고 있다. 선수들이 트레이닝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투어밴은 2014년부터 운영 중이다”며 “한화리조트 콘도와 한화그룹 골프장 이용 또한 지원하고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JLPGA에서 뛰고 있는 소속 선수들에겐 현지 매니저를 붙여주고 있다. 매니저들은 선수들의 통역을 도울 뿐 아니라 생활 안내를 해주고 행정 업무까지 처리한다. 그들은 선수들과 대회장에 동행한다. 이 관계자는 “한화일본법인 큐셀재팬에서 각종 보증, 행정 업무를 지원한다. 선수들의 비자 획득이나 JLPGA 투어와의 소통 등이 그런 것들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KLPGA, JLPGA,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소속 선수들에게 공통적으로 훈련 비용과 시즌 경비를 별도로 보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항마로는 롯데가 거론된다. 롯데 역시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한화와 함께 트레이너를 고용한 몇 안 되는 골프단이다. 롯데골프단은 김해림(3승), 김지현2, 김효주(이상 1승)의 활약으로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무려 4승을 거뒀다. 선수층이 두터운데다, 선수간 우애가 돈독한 골프단 중 한 곳이다.
김해림(28), 김지현2(26) 등 고참 선수들은 롯데골프단의 승승장구 비결 중 하나로 지유진(38) 코치를 꼽는다. 김해림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량 향상과 관련해 지 코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멘탈이나 플레이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쳐주신다. 멘토다”고 말했다. 본지와 만난 김지현2 역시 “코치님은 보완해야 할 점을 성심 성의껏 알려 주신다. 아마 부모님 다음으로 내 경기 스타일 등을 잘 아시는 분인 것 같다.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롯데골프단은 KLPGA 시즌 후반기에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 잡는 아마’였던 최혜진(18)의 가세 덕분이다. 그는 지난 달 28일 롯데 모자를 쓰기 전에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시즌 전반기에만 2승(초청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ㆍ보그너 MBN 여자오픈)을 거뒀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에서도 최종일 7타를 줄이며 5위(6언더파 282타)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단순히 메인 후원사인 KB금융과 하이트진로의 추격도 지켜볼 대목이다. KB금융은 최근 허리 부상을 당한 LPGA 투어 박인비(29)의 회복 속도와 KLPGA 투어 오지현(21)의 상승세가 관건이다. 오지현은 한화클래식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다승 공동 2위(2승), 상금 3위(6억3,462만2,947원)로 도약했다. 하이트진로를 이끄는 쌍두마차는 김하늘(29)과 고진영(22)이다. 김하늘이 JLPGA 투어 다승 선두(3승)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시즌 KLPGA 대상 고진영의 후반기 승수 추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잘 나가는 집안’의 공통점은 지원과 체계, 유능한 선수의 보유다. ‘헝그리 정신’만 외칠 수 없는 종목 중 하나가 골프다. 후원사들의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 골프에서 지원과 체계의 중요성은 크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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