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복지상 대상 라문석 소방위
“힘들어서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어려운 분들에 꼭 필요한 일”
격무 불구 일주일에 한 차례씩
라문석(58) 소방위는 10년째 제대로 쉬지 못했다. 본업인 밤샘 화재 진압이 끝나면 비번인 다음날엔 주로 장애인 목욕 봉사를 했다. 장애인 목욕 봉사는 워낙 고되,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도 힘들다고 할 정도다. 라 소방관은 이런 일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10년째 묵묵히 해 오고 있다. 목욕봉사를 한 횟수는 632회, 2,432시간이다.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 할지 본인도 몰랐다. 라 소방관은 10년 전 서울중랑소방서에 근무할 당시 선배의 권유로 소방서 앞 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말벗이나 여행보조를 했다. 그러다 선배가 하는 목욕 봉사를 돕게 됐다. 성격도 내성적인데다 2교대일 때라 계속 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 소방관은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힘들어서 5년 차 때까지만 해도 매번 이젠 그만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큰 보람과 강한 책임감이 그를 잡았다. 라 소방관은 “목욕 봉사는 힘들지만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이제는 저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못 그만둔다”고 말했다. 실제로 목욕 봉사 자원봉사자는 유독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또 여성 목욕 봉사자는 꽤 있어도 라 소방관 같은 남성 목욕 봉사자는 귀하다.
라 소방관은 5일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의 ‘제15회 복지상’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 공적심사위원회 관계자는 “화재진압이라는 고된 업무를 마치고 자신의 시간을 헌신, 소외된 이웃과 아픔을 함께 오랫동안 나눠 온 라문석씨의 봉사와 희생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복지상 수상자로 서울시내 약 230여개 사회복지시설에 벽화 그리기 봉사를 실천한 김건우씨, 경로식당에서 꾸준한 봉사 활동을 실천한 김길자씨 등 총 10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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