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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 든 소방관, 10년 째 장애인 목욕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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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 든 소방관, 10년 째 장애인 목욕 봉사

입력
2017.09.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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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복지상 대상 라문석 소방위

“힘들어서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어려운 분들에 꼭 필요한 일”

격무 불구 일주일에 한 차례씩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받은 라문석 소방위. 서울시 제공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받은 라문석 소방위. 서울시 제공

라문석(58) 소방위는 10년째 제대로 쉬지 못했다. 본업인 밤샘 화재 진압이 끝나면 비번인 다음날엔 주로 장애인 목욕 봉사를 했다. 장애인 목욕 봉사는 워낙 고되,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도 힘들다고 할 정도다. 라 소방관은 이런 일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10년째 묵묵히 해 오고 있다. 목욕봉사를 한 횟수는 632회, 2,432시간이다.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 할지 본인도 몰랐다. 라 소방관은 10년 전 서울중랑소방서에 근무할 당시 선배의 권유로 소방서 앞 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말벗이나 여행보조를 했다. 그러다 선배가 하는 목욕 봉사를 돕게 됐다. 성격도 내성적인데다 2교대일 때라 계속 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 소방관은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힘들어서 5년 차 때까지만 해도 매번 이젠 그만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큰 보람과 강한 책임감이 그를 잡았다. 라 소방관은 “목욕 봉사는 힘들지만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이제는 저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못 그만둔다”고 말했다. 실제로 목욕 봉사 자원봉사자는 유독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또 여성 목욕 봉사자는 꽤 있어도 라 소방관 같은 남성 목욕 봉사자는 귀하다.

라 소방관은 5일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의 ‘제15회 복지상’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 공적심사위원회 관계자는 “화재진압이라는 고된 업무를 마치고 자신의 시간을 헌신, 소외된 이웃과 아픔을 함께 오랫동안 나눠 온 라문석씨의 봉사와 희생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복지상 수상자로 서울시내 약 230여개 사회복지시설에 벽화 그리기 봉사를 실천한 김건우씨, 경로식당에서 꾸준한 봉사 활동을 실천한 김길자씨 등 총 10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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