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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가 직접 빚은 여배우 향한 위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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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가 직접 빚은 여배우 향한 위로주

입력
2017.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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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가 개봉한다. 메타플레이 제공
'여배우는 오늘도'가 개봉한다. 메타플레이 제공

‘여배우’, 여자라는 조건이 붙은 이 단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직업 앞에 특정 성별을 뜻하는 단어를 붙이는 건 성차별적인 것이라고 분명 학창시절에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크게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 여배우로 18년째 살고 있는 문소리가 묻는다. 여배우는 예뻐야 하냐고. 그렇다면 대체 아름다운 건 무어냐고.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감독 문소리)는 문소리가 “여배우 이젠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부터 시작한다. 대체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사는 것이 어떻길래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여배우는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대표되는 직업인데다가 문소리는 국내외에서 평단과 관객에게 고루 호평 받으며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나름’이 문제였다. 나름 매력적이고 나이에 맞게 예쁘지만 이 말은 그에게 위로는커녕 상처가 된다. 극중 문소리에게 들어온 배역은 대학생 엄마에 정육점 여자다. 센 캐릭터가 “문소리에게 딱”이란다. 노메이크업으로 미팅을 나가면 아프냐는 말이나 듣는다. 어쩜 사람들은 쓸데도 없는데 재미까지 없는 말을 할까. 문소리는 자신의 남편도 밖에서 저러고 다닐까봐 말을 더 하려다가 만다.

물론 이 이야기는 문소리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심지어 실제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남편 역으로 등장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진짜 일상처럼 보이지만 극중 문소리라는 인물은 문소리가 직접 각본을 쓴 캐릭터다. 실제 장면에 카메라를 그저 가져다 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이는 애드리브도 없이 오로지 문소리의 각본과 연출력으로 잘 짜인 영화인 것이다. 총 3개로 이뤄진 단편들은 각각 앞서 각각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받았을 정도로 이 작품은 감독으로서의 문소리의 역량이 드러난다.

'여배우는 오늘도'가 개봉한다.
'여배우는 오늘도'가 개봉한다.

그의 이야기는 매우 소상하고 적나라하다. 그는 여배우가 맞닥뜨려야 하는 황당한 상황과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을 감정이입 시킨다. 문소리를 닮은 듯 닮지 않은 딸의 대사 역시 하나하나 머리를 톡하고 쳐낼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제목인 ‘여배우는 오늘도’ 뒤에 붙을 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극중 내용에 따르면, 고민하고 울고 분노에 차 악을 지르며 달리기도 한다, 아이를 돌보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도 살피는데 친정엄마에겐 짜증을 낸다. 친구들과 남편에게 가끔은 위로도 받는다. 같잖은 사람들의 비위도 맞춰줘야 한다. 문소리는 울다가 웃다가 새침해졌다가도 대본이 들어왔다는 말에 다시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이런 모습은 짠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신나게 영화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관객은 문소리의 삶에 동화된다. 울고 웃기는 문소리에 의해 뜨겁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찰리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은 멀리서 볼 땐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볼 때는 희극’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관객들은 ‘우리는 오늘도’로 바꿔보게 된다. 이 영화는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한편 진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서 의미를 더한다.

한편 영화 내내 자신이 예쁘지 않다며 울고 소리치는 문소리의 모습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가 끝난 직후 “문소리 씨, 예뻐요”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소리의 마법이었다. 오는 14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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