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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유탄 맞은 터키 “독일 정치인들 인종주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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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유탄 맞은 터키 “독일 정치인들 인종주의적”

입력
2017.09.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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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연설 도중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3월 11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연설 도중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총선 방송토론에서 유력 후보들이 일제히 터키의 유렵연합(EU) 가입 재검토 방안을 언급하자 터키가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며 반발했다.

터키의 오메르 첼리크 EU담당장관은 4일(현지시간)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중단하자는 주장은 EU의 성립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정치인들이 부주의한 발언으로 EU에 사실상 지시를 내리고 있다. EU가 ‘독일 합중국’인 줄 아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유럽이 야만과 파시즘, 폭력과 불관용 등 2차대전 이전의 가치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브라힘 칼린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를 공격하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주의)에 순응해 차별과 증오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오로지 차별과 인종주의를 부추길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터키와 에르도안을 공격하면서 정작 독일과 유럽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시하고 있다”며 “(독일 정치인들은) 비전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저녁 진행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의 총선 방송토론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슐츠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강경하게 “터키는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EU의 일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총리가 되면 즉각 가입협상 중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보다는 미온적인 태도로 “가입 협상 중단이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면서도 “터키가 EU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응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EU-터키 간 이민자 교환 협약을 지지해 터키에서 그리스로 유입되는 난민의 수를 축소한 바 있어 전면적인 반(反)터키 입장을 취하기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첼리크 장관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슐츠 대표를 향해 맹공을 취한 반면 메르켈 총리는 “(여론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과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으로 연결돼 있고 다수의 터키인이 독일 안에 거주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등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최근 터키 내 독일인 억류 사건 등으로 인해 양자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독일 일간 ‘디 벨트’지의 이스탄불 통신원인 데니츠 위첼은 터키 정부가 반란군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구금돼 200일째 억류 중이다. 지난주에도 터키 영토 내에서 독일인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에르도안 정권의 2016년 쿠데타 진압 이후 독재 권력 강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반면 터키 정부는 독일이 PKK와 2016년 실패한 쿠데타의 주모자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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