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화 통화 후
청 “평화적 해결 인식 재확인”
백악관은 “강력한 압박 동의”
북 6차 핵실험 직후엔
트럼프 “유화책 더 이상 안 통해”
청 “전쟁 참화 되풀이 안 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미 정상 간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묘한 간극이 감지되고 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에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데는 일치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두고선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한미 간 이견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어느 때보다 한미공조가 중요한 시기에 엇박자로 비칠 수 있는 징후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말한 대로, 한국은 대북 유화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며 “한국은 오로지 하나만 안다”고 지적했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대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해법에 이견이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미공조를 염두에 둘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의 변경을 요구했다는 해석도 가능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2시간여 후쯤 입장문을 통해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하여 국제사회와 함께 최대한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일치되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 중”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국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직접 체험한 국가다.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 유화책을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대한 반박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백악관에 경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은 “한미 간에 이견이 전혀 없다”는 답신을 보내왔지만 기존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상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대화테이블로 나오지 않는 한, 제재와 압박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1일 북한의 중거리미사일(IRBM) 발사로 이뤄진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 이후로 이상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 간 통화 이후 서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외교적ㆍ경제적 압박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미동맹과 한ㆍ미ㆍ일 공조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청와대가 밝힌 ‘대화’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시인했다. 이처럼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미국이 한미공조보다 자국 중심의 해법을 우선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미국 내에도 한미동맹 훼손이나 경제적 효과를 우려해 반대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안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한미FTA를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가 ‘한미공조’만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위기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가 일본에 비해 하루가 늦은 4일 밤 늦게 이뤄진 사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전후해 미일 정상 간 네 차례 통화를 통해 미일공조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조속한 대응과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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