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6일 0시에 벌어질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먼저 삼벨 바바얀(46) 우즈벡 감독과 공격수 이고르 세르게에프(24)가 참석했다. 바바얀 감독은 “내일은 우즈벡 축구 역사에서 정말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그라운드의 어떤 영역에서도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치길 바란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곧바로 공격적인 질문이 날아들었다. 한 기자가 지난 달 31일 중국과 원정 9차전 패배(0-1) 원인을 묻자 바바얀 감독은 “이제 와서 말하지만 솔직히 판정에 불만이 있다. 경기 후 우리 선수들에게 ‘축구의 신이 우리를 도와줄 기회가 반드시 있을 거라 말해줬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는 후반 40분 이후 들어 실점이 많은 원인을 질문했고 바바얀 감독은 “집중력 때문이다”면서도 “그 중 두 골은 페널티킥에 의한 실점이었다”고 했다.
심판 판정 핑계를 대는 듯한 태도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일까. 감독 옆에 세르게에프가 뻔히 앉아 있는데 한 기자는 “압두홀리코프(26) 대신 세르게에프를 기용하는 이유가 뭐냐”고 다그쳤다. 세르게에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바얀 감독은 한숨을 쉬며 “공격수도 최소한의 수비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세르게에프는 4~5경기를 뛰었지만 압두홀리코프는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두홀리코프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했다.
우즈벡대표팀이 최근 7경기에서 2승5패로 부진해 바바얀 감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건 알려졌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공식 기자회견만 아니면 서로 멱살잡이라도 당장 할 기세였다.
“당신(바바얀 감독)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많다”는 거친 질문까지 나왔다. 바바얀 감독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세 번이나 똑 같은 답을 했는데 또 해야 하느냐”며 “대표팀 감독으로 뽑힌 건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뜻 아니냐”고 항변했다.
다른 기자는 아랑곳 않고 “사르도르 라시도프(26)는 왜 명단에 없느냐”고 선수 선발에 의문을 제기했다. 바바얀 감독은 “그 선수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엉뚱하고 멍청한 이유가 있었다”고 받아 쳤다. 이어 “참을성이 있는 선수도 있고, 없는 선수도 있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언론과 감독뿐 아니라 감독과 선수 사이에도 불화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우즈벡대표팀 사정을 잘 알아 이날 통역을 맡은 현지 교민 강창석 씨는 “바바얀 감독이 기자들과 사이가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라시도프를 제외한 다른 선수와 갈등은 없는 것으로 안다. 선수단 내분은 없다”고 진화했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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