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1482명에 90억 지급 판결
법원이 기아자동차에 이어 한국지엠(GM)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회사 경영상 어려움을 근거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김상환)는 한국지엠 사무직 근로자와 퇴직자 1,482명이 낸 임금ㆍ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밀린 임금 총 9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총 3건으로 구성됐으나 소송 내용과 판결 취지는 같다.
한국지엠은 2000~2002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상여금을 직원 인사평가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는 ‘업적연봉’으로 전환했다. 그런 뒤 회사가 업적연봉과 조사연구수당, 휴가비 등을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지급하자 반발한 근로자들이 소송을 냈다. 근로자들은 업적연봉, 조사연구수당, 귀성여비,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등이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업적연봉과 조사연구수당 등은 일률적, 정기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귀성여비ㆍ휴가비ㆍ개인연금보험료ㆍ직장단체보험료ㆍ월차수당은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이번 소송 역시 법원이 신의칙을 인정할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신의칙은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이나 회사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우려된다면 수당 등 문제가 된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하는 노사 합의나 관례를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사건 판결 당시 신의칙을 인정해 갑을오토텍이 밀린 임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처럼 이번 소송에서도 신의칙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갑을오토텍의 정기상여금과 달리 한국지엠의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노사 합의를 통해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관행이나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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