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호객꾼ㆍ취객들 적반하장
결백해도 불려 다니며 조사 고초
서울 시내 경찰 지구대에 근무하는 A경사는 얼마 전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순찰하던 중 한 상인으로부터 “유흥업소 호객꾼 사이에서 ‘경찰로또’란 말이 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찰이 자신들을 붙잡을 때 조금이라도 물리력을 동원하면 “경찰 때문에 다쳤다”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고소를 한 뒤 합의금을 뜯어내는 걸 ‘로또 당첨’에 빗댄 말. A경사는 “몇 달 전 경찰서로 연행한 취객 몇몇의 지나친 신체 접촉도 돌이켜보니 나를 걸고넘어지려고 의도한 행동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건 현장에 출동해 용의자나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도망치려 하거나 힘으로 맞서려는 용의자를 물리력으로 제압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쳤다면서 민원을 제기하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취객들의 사후 적반하장 행태들이지만 최근엔 면면이 다양해지고 있단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형사는 최근 폭행 신고가 접수된 현장에서 30대 남성을 체포했다가 제대로 곤욕을 치렀다. 쌍방을 뜯어말리는 과정에서 체포된 남성 몸에 상처가 났는데 “경찰이 먼저 때려 다쳤다”고 감찰 부서에 정식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다행히 폐쇄회로(CC)TV에 당시 상황이 찍혀 남성을 공무집행방해로 추가 입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A형사는 “이후로는 되도록 현장에서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가뜩이나 인권 경찰을 표방하는 상황이라 민원인이나 사건 관계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들 하소연이다. 대개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경찰들이 주로 시비에 휘말린다. “폭언했다” “과잉 진압했다”고 감찰 부서에 제보를 하면 결백하더라도 관련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박모 형사는 “앙심을 품은 피고소인이 아무 근거 없이 편파 수사로 민원을 접수하는 바람에 몇 시간씩 여기저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등 고초를 겪었다”고 말했다.
고소를 한 뒤 은근슬쩍 ‘합의금 요구’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경찰관은 “손해 보는 건 결국 경찰이라 합의금과 치료비를 물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 5월 성동경찰서 경찰관들이 시민을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오인해 연행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행사하는 등 경찰의 반인권적 행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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