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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 카드 하나 만들어줄까… 반려동물 금융상품 속속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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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 카드 하나 만들어줄까… 반려동물 금융상품 속속 출시

입력
2017.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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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료비 할인 카드에

양육비 지급 신탁도 나와

삼성화재 의료보험은

지난해만 1116명 가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혼인 42세 직장인 박모씨는 부모님과 함께 개 9마리를 키운다. 매달 개를 위한 간식과 병원 방문, 미용 등으로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박씨는 “기생충약과 비타민을 먹이고 두 달에 한번은 최소 8만원 이상인 멋 내기 미용을 해준다”며 “고정적으로 매월 한 마리당 10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식구 모두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해 양육비 지출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다섯 집 가운데 한 집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되면서 신사업에 목마른 금융권도 ‘펫팸족‘(펫+패밀리)을 모시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1인 가족 증가 등 사회구조적으로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환경이 조성되며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다. 2012년 9,000억원이던 시장 규모도 3년 만인 2015년 1조 8,000억원으로 팽창했다. 보고서는 이런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어 2020년에는 관련 시장이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펫시장이 커지자 금융권도 발빠르게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상품을 개발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최근 진행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카드, 은행 등 계열사를 동원해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KB금융이 지난 5월 국민카드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펫 가구의 29.4%가 분양비를 제외한 양육비로 한달 평균 5만~10만원 미만을 지출했다. 하지만 20만~50만원(20.1%), 10만~20만원(19.8%) 등을 기꺼이 지불한다는 답변도 꽤 많았다. 주로 사료 등 간식(85.8%ㆍ중복 응답)에 돈을 썼지만 치료(64.0%)와 미용(55.3%) 등에도 아낌없는 지출을 했다.

KB금융은 이 점에 주목해 제휴 쇼핑몰 할인 등이 담긴 스마트폰 전용 ‘KB펫코노미적금’, 반려동물 상해보험이 포함된 ‘KB펫코노미카드’, 사후 관리상품인 ‘KB펫코노미신탁’ 등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KB펫코노미신탁은 반려동물을 키우다 양육자가 숨지면 미리 맡긴 자금을 약속된 새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만 19세 이상 개인이 대상이다. 일시금은 200만원 이상, 월 적립식은 1만원 이상이면 가입 가능하다.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반려동물신탁으로 불리는 펫신탁은 외국에선 일반화됐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게 사실이다. 미국에선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가 10여년 전 반려견 4마리한테 3,000만 달러(약 338억원)의 유산을 주기로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할인 혜택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는 동물병원을 포함해 카페·미용실·훈련소 등 반려동물 업종으로 등록된 가맹점 1만2,000여곳에서 결제 시 1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사료나 관련 용품을 파는 마트나 온라인몰에선 5% 할인도 받을 수 있다. 1만원의 수수료를 내면 자신의 반려동물 사진을 카드에 입힐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할인카드’는 동물병원에서 쓴 돈의 7%를 청구할인해 주고 ‘위비포인트카드’는 최대 7%를 적립해준다.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보험사 상품도 많다.

보험료 월 2만~3만원 수준인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은 반려견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또 개가 타인이나 타인의 개를 물어 다치게 했을 때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008년 출시 당시 가입은 41건에 불과했는데 해마다 수요가 늘어 2015년 1,0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에는 1,116명이 보험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의 ‘하이펫 애견보험’은 개의 질병 및 상해 치료비를 500만원까지 보장할 뿐만 아니라 반려견이 죽었을 때 15만원을 장례비로 지급해준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개는 물론 고양이도 가입할 수 있다. 수술과 입원 시 의료비를 보장해 준다.

한편에선 펫 의료 수요가 늘면서 반려동물 관리자를 위한 특화 상품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전국 9개 지역 수의사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신한은행은 7월부터 동물병원을 운영중이거나 개업을 준비중인 수의사를 상대로 ‘신한동물병원대출’을 해주고 있다. 하나카드에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회원용 ‘하나멤버스 1Q카드 데일리’가 있다. 고객이 이 카드를 쓰면 결제금액의 0.1%가 길고양이 단체에 후원금으로 전달된다. 카드가 한 장 발급될 때마다 3만원도 기부된다. 길고양이 중성화와 치료에 쓰인다.

황원경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인 가구와 고령화 증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경향, 지난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동물장묘시설 증가 등으로 관련 사업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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