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두 번 핵실험ㆍ미사일 24회
올해에도 8월까지 미사일 18발
“핵 인정받은 후 협상 전략인 듯”
3일 감행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목격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이렇게 빨리?”였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충격적 주장 못지않게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속도전이 국제사회가 감당하기에 너무 빠르다는 점이었다.
통상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패키지가 3년 주기로 이뤄지는 형태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6년 7월 북한은 대포동 2호를 발사하고 석 달 뒤인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로부터 약 3년 뒤인 2009년 4월 은하 2호 발사 뒤 5월 두 번째 핵실험을 했고, 또 3년여가 지난 2012년 12월 은하 3호를 쏘고 두 달 뒤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벌였다.
그러나 2012년 김 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한의 도발 주기는 급격히 짧아졌다.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은 다음달 곧바로 장거리미사일 광명성을 쏴 올렸고, 이어 9월 5차 핵실험에 나서며 1년 새 두 번의 핵실험 기록을 남겼다. 미사일 발사도 작년 한 해에만 24차례나 하더니, 올 들어서는 8월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두 차례를 포함해 13회나 했고 미사일 18발을 날렸다. 3년 주기였던 핵ㆍ미사일 패키지 도발 패턴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조급증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사거리가 3,000㎞인 무수단 미사일(화성-10형)을 9번 발사해 고작 1번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일본을 관통해 2,700㎞를 날아간 화성-12형은 무수단의 단점을 보완한 개량형이다. 신형 고출력 엔진(백두산 엔진)을 장착한 게 결정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3월 18일 백두산 엔진의 연소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3ㆍ18 혁명’이라며 엔진 기술자를 업어주기도 했다. 이후 5월에 화성-12형을 쏘고 7월에는 화성-14형까지 두 차례 쏜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4일 “ICBM 실전 배치 가능성이 커진 데 고무된 나머지 김 위원장이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두 번 거푸 성공해도 세 번 연이어 실패할 수 있는 게 로켓 시험 발사”라고 말했다.
조바심의 배경은 김 위원장의 핵 보유 의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 동결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했던 아버지와 달리 김 위원장은 선(先)핵 보유, 후(後)협상 전략이 확실하다”며 “핵ㆍ미사일 능력을 빨리 고도화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상태에서 미국과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을 벌이려는 게 김 위원장의 속내”라고 분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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