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 시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존 애시버리가 3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주 허드슨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과 동성애 성향 등으로 고독한 생활을 하던 애시버리는 이미 8세 때 첫 시를 쓸 만큼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이후 하버드대 재학 중 본격 시에 눈을 뜬 그는 생전에 시집 20여권을 내고,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며 거장으로 우뚝 섰다. 생전에 명성을 누린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 명이 됐다.
가장 유명한 시집은 1975년 낸 ‘볼록거울 속 자화상’(Self-Portrait in a Convex mirror)으로, 그는 이 시집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소위 ‘3대 문학상’이라고 손꼽는 상을 모두 차지했다. 이후 노벨상 발표 때마다 수상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2011년 “시를 읽는 방법을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자국에서 국립인문학훈장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하버드대 출신 시인인 프랭크 오하라, 케네스 코크 등과 함께 ‘뉴욕파 시인’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1950~1960년대 활동한 뉴욕파 시인은 기존 공식을 거부한 채 대중문화나 도시적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특징이 있다. 특히 애시버리는 일본 전통 단시인 ‘하이쿠’를 차용하거나, 절을 비워두는 등 마치 미술의 추상 표현주의 같은 파격적인 시를 선보였나 이 때문에 난해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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