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앞차를 들이받아 두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방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금호고속 소속의 버스(현대 유니버스) 역시 자동긴급제동장치(이하 AEB,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등의 안전 시스템이 없었으며, 경찰은 운전사의 졸음운전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4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금호고속은 버스 1,200여 대에 전방추돌경고와 차선이탈경고 장치를 달았고 AEB가 장착된 버스는 50여 대만 있는데, AEB 개조 비용이 대당 2,000만원이나 돼 모든 버스에 달기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여기에 한 상용차 업계 전문가는 “이미 출고된 차에 브레이크 간섭이 들어가는 AEB를 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대당 10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충돌 경고와 차선 이탈 경고 장치를 달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 상용차의 경우 신차로 구매할 때 AEB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데, 유니버스를 예로 들어 기본 가격에서 430만원만 더하면 전방추돌경고 장치와 함께 AEB를 달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신차에 다는 AEB의 원가는 200만원 미만인데, AEB는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비용을 낮춰 더욱 대중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모든 승합차와 3.5톤 초과 화물·특수차량에도 AEB를 단계적으로 의무 장착하도록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아울러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상용차를 비롯한 모든 차에 전방추돌경고 보조장치(FCA, Forward Collision Avoidance-Assistance)를 달 계획”이라고 말했다. FCA는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충돌 경고를 하고 서서히 제동하는 기능인데, 차를 완전히 정차시키지는 못한다.
이에 비해 수입 상용차엔 현재 AEB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볼보트럭은 FH 6x2 트랙터에 한해 AEB가 포함된 세이프티 패키지를 제공한다. 만트럭버스코리아 역시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이층 버스와 CNG 버스에 AEB를 비롯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기본 사양으로 넣고 있다.
한편, 지난해부터 봉평터널과 경부고속도로 사고 등 고속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에 따른 대형 참사가 이어지자 지난 7월 정부는 관계부처와 논의해 대책을 내놓았다. 광역버스 연속 휴식 시간을 최소 10시간으로 확대, 새로 제작되는 모든 승합차에 AEB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책안과 함께 “다시는 졸음운전으로 인해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 버스를 포함해 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고속버스와 광역버스 대부분에는 AEB 등과 같은 시스템이 없으며, 운전자의 휴식을 위한 제도도 아직 계획에 머물러 있어 당장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4일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책 내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운수업계와 협의하여 기존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에 대하여는 첨단안전장치(FCWS+LDWS)를 올해 안에 조기 장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보조 운전자라도 둬 졸음운전을 막아야 한다”, “운수업체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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