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군사ㆍ경제 투 트랙 압박
“美와 동맹국에도 커다란 피해
“현실화 어려운 카드” 관측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 노리는 듯
외교해법 강조하던 매티스 국방
“많은 군사 옵션 있다” 강경태도
실행 땐 동맹국도 끔찍한 피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3일(현지시간)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맞서 내보인 것은 핵무기 사용까지 열어 놓은 군사적 압박과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통한 전면적 경제 봉쇄 카드다. 두 선택지는 실제 활용될 경우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어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심지어 미국과 동맹에 대한 ‘위협’에도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메시지는 종국엔 전면전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예상케 하며, 경제 봉쇄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숨통’인 송유관을 틀어막아 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둘다 김정은 정권에 치명적인 만큼 미국과 동맹국에도 끔찍한 피해를 안길 수 있어 그동안 현실화하기 어려운 카드로 꼽여왔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두 카드를 동시에 보여주며 ‘투트랙’ 압박을 공표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최근 도발이 기존과 분명히 다르게 미국을 위협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두 카드를 실제 칼집에서 꺼낼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소집한 국가안보회의(NSC) 후 결과를 브리핑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어조는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그간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던 그는 브리핑에서 외교라는 용어를 일체 쓰지 않은 채 “많은 군사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엄청난(massive)’ ‘압도적인(overwhelming)’이란 수식어로 군사적 위력을 부각시켰고 “북한의 완전한 전멸(total annihilation)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에 심하게 기울어질 때 이를 조정하던 역할을 해온 매티스 장관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결연한 표정으로 호전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은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군사 타격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북한의 보복 능력을 한 순간에 초토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일거에 파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는 결국 보복 능력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타격이 수많은 인명 피해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이 위기를 타개할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국은 다른 옵션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압박한 속내는 일단 중국 기업과 개인이 북한과 거래할 경우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확대 적용을 서두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을 지칭한 것인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미국이 중국과 모든 무역을 중단한다면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진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4626억 2,000만달러(약 523조 6,800억원)을 수입하고 1,159억달러(130조 8000억원)을 수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이런 파장에 대해 논의하기를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따라서 ‘모든 무역 중단’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법이 실린 협상술의 결과물로 보는 게 맞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중단 보다 북한과 거래하는 액수가 많은 특정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식으로 제한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압박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에서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원유 공급 중단을 관철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최대치다. 하지만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미국과 중국간 지루한 힘겨루기가 펼쳐질 공산이 다분하다. 이는 결국 핵 고도화를 거의 달성한 북한을 저지하지 못한 채 중국과의 관계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 등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며 현실을 수용해 중국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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