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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능력중심사회의 디딤돌 블라인드 채용

입력
2017.09.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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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공무원 및 공공기관 채용에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등을 적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된다. 지난 6월22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지시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 학연, 지연, 혈연이나 불필요한 스펙 등이 아니라능력만을 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차별적 요소로 많이 작용하여 왔던 출신학교와 학력을 보지 않고 실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시행성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진학률은 69.8%로 2000년 이래 처음으로 70% 미만을 기록했다. 반면 고졸자 취업률은 33.9%로 2010년 25.9%보다 8% 증가했고, 그 중에서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47.2%로 2009년 이래 가장 높았다. 높은 학력만으로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점차 취업에 유리한 직업계고 등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용시장에서 학력 및 스펙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다. 아직도 산업현장에서는 고졸 취업자들이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전문대학이나 야간대학에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며, 대학 재학생들도 학업 이외로 각종 스펙을 따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대학진학률도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OECD 평균인 41%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가 능력중심사회를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력을 비롯한 ‘스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 동안 정부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그 중심에 2002년부터 개발되어 온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있다. 또한 NCS를 바탕으로 국가가 경력이나 자격증 취득 등 직무관련 역량을 학력과 동등하게 인정해 주는 국가역량체계(KQF)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KQF는 쉽게 말해 학력 이외에 자격이나 경력 등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국가에서 동등하다고 인정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55개국에서 국가역량체계(NQF)를 도입하고 있는데, 향후 국내 인력수출이나 해외 우수인력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머지않아 국가역량체계가 정착되면 맹목적인 학력이나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직무경험과 직무와 관련한 교육훈련, 자격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늬만 능력중심이 아닌 실질적이고 온전한 능력중심사회가 구현되는 것이다.

물론 능력중심사회 구현은 정부나 학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에서의 인식 변화와 능동적 참여, 전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에서 진행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기존의 학력, 스펙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국가역량체계를 중심으로 한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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