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맞서 자국과 동맹국에 대한 핵ㆍ미사일 공격은 물론, 위협(threat)만 가해지더라도 북한을 향해 막대한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공격뿐 아니라 ‘위협’에도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시그널은 그동안 모호했던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의 재조정으로 읽힐 수 있어 주목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넘어 북한과 거래를 하는 국가와 무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도전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과 더불어 무역 봉쇄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를 주재해 고강도의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는 회의 직후 북한을 향해 유사시 압도적인 규모의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티스 장관은 회의 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한 브리핑에서 "미국, 괌을 포함한 미국의 영토,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라며 “대응은 효과적이면서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NSC의 일치된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보유하고 있고 대통령은 각각의 옵션에 대해 보고 받기를 원했다”며 NSC에서 군사 옵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온 뒤 북 공격 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두고 보자(We'll see)"라며 군사 옵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SC회의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다른 옵션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이상의 강경한 무역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통상 마찰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두 차례 통화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미국 본토와 동맹국 방어를 위해 “외교, 재래식, 핵능력 등을 전방위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4일 오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북 제재 결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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