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배우 정상훈이 tvN 'SNL코리아'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정상훈은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품위있는 그녀' 종영 인터뷰에서 그가 펼친 애드리브의 원동력이 'SNL' 덕이라고 언급했다.
'SNL' 출연 후 '양꼬치앤칭따오' 별명을 얻은 정상훈에게 정극은 어떤 의미로 도전이었다. '품위있는 그녀' 제작진 역시 자신을 캐스팅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거라고 정상훈은 추측했다. 정상훈은 "김윤철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셨다. 제작사 대표도 설득해야 하고 그랬을 텐데, 저를 선택한 그 압박감이 이해가 가더라. 첫 대본 연습 때 잘해서 제작진의 우려를 없애드리자고 생각했다. 애드리브를 많이 준비해가서 다 했다"고 말했다.
개그 연기와 정극 연기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수 있었을까. 교모하게 그 경계에 서 있는 '품위있는 그녀' 안재석 캐릭터를 구축하기까지 정상훈은 많은 공을 들였다.
정상훈은 "제가 자신있는 신을 골라서 계속 리딩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는 편이다. 안재석은 유독 캐릭터를 잡기가 어렵긴 했다. 제가 주위에 아는 재벌 2세가 없지 않나. 제가 아는 가장 잘 사는 사람은 김생민 씨, 신동엽 씨 정도다. 그 분들을 모델 삼기엔 좀 그랬다.(웃음) 그래서 영화, 비디오 자료를 봤는데 그런 재벌 2세들의 배경은 대부분 싸이코적인 것들이었다"며 "고민을 많이 했다. 살펴 보니 안재석은 거짓말을 잘 못 하고, 아내를 철석같이 믿고, 고등학생처럼 치맛바람에 휘둘리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만족했던 애드리브는 극 중 강기호(이기우 분)에게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 대목이었다. 정상훈은 "원래 애드리브는 감독님과 상의하는 게 맞지만 미리 '애드리브입니다'라고 말하면 애드리브가 아니게 되지 않냐. 그래서 저는 그냥 했다. 대신 감독님께 '제가 너무 간다 싶으면 눌러달라'고 얘기했다. 감독님이 오케이 하시면 쓰신 거고, 아니라고 하시면 없이 갔다"며 "작가님의 대본이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제가 잘하는, 코미디의 숨결이 녹아든 안재석을 만들기 위해 다른 걸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백미경 작가도 정상훈의 애드리브를 환영했다고. 정상훈은 "혹시 결례가 될까 싶어서 작가님께 얘기했더니 '더 해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캐릭터가 안재석'이라고 해주셨다"고 말을 전했다.
물오른 애드리브의 원천을 정상훈은 'SNL'에서 찾았다. 그는 "'SNL'에서 많이 배웠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학교였다. 콘티를 받으면 방송까지 주어진 시간이 10시간 내외다. 'SNL'은 전날 대본 나오는 게 아니라 당일 대본이 나온다. 새벽까지 작가가 대본을 쓴다. 그리고 당일에 리딩하면서 대본을 고치고, 리허설 하면서 고치고, 1차 공연 하면서 또 고치고. 그렇게 생방송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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