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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살인자의 기억법' 소설 or 영화, 뭐부터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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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살인자의 기억법' 소설 or 영화, 뭐부터 볼까

입력
2017.09.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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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이 오는 6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이 오는 6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책을 먼저 볼 것인가, 영화를 먼저 볼 것인가.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아직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할 법한 선택지인데, 먼저 영화를 본 뒤 소설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화에 대해 여러 의문을 안은 채로 책을 덮었다. 이 소설을 영화화 했을 때 △재미가 있을지, △원작과 무엇이 다를지, △소설을 이미 읽은 관객을 어떻게 사로 잡을 지 궁금했다.

▲재미: 충분히 볼 만한 스릴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제작 쇼박스, W픽처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재미가 '있다', '없다'로 분류하자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재미 있는 영화다.

영화 '세븐 데이즈'(2007년), '용의자'(2013년)를 만든 원신연 감독은 노련하게 '살인자의 기억법'을 구성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김병수(설경구 분)의 기억이 조각나고 다시 맞춰지는 순간들이 산만하지 않다. 특히, 소설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간결하게 표현되는 초반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이 선 블랙 유머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비록 후반에선 늘어진다는 느낌도 받았으나,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끝까지 긴장의 끈을 잡을 수 있을 듯하다. 

배우 오달수가 병수(설경구)의 친구 병만으로 등장한다. 쇼박스 제공
배우 오달수가 병수(설경구)의 친구 병만으로 등장한다. 쇼박스 제공

▲원작과 무엇이 다를까

원신연 감독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원작의 큰 틀은 유지하되 영화라는 매체에 맞는 장르적 변신을 꾀했다. 소설 속 병수는 살인 자체로 쾌감을 느끼는 살인마였지만 영화에서 병수는 세상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기 위해 살인을 한다는 나름의 이유를 갖는다. 물론 그것도 살인을 정당화할 이유는 되지 못 한다. 다만 관객이 병수라는 1인칭 시점에 몰입할 수 있고,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

병수의 눈가 경련도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병수의 혼란스러운 감정에 방점을 찍기 위해 알츠하이머 증상에 디테일과 정확성을 보강한 결과다. 병수의 눈가 경련은 그의 기억이 전복되는 시그널이 된다.

그외 병수의 직업이 수의사라는 설정, 파출소 소장 병만(오달수 분)의 존재를 비롯해 스포일러에 속하는 여러 지점이 다르다. 단순히 소설을 영상화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만의 매력도 갖고 있다. 소설과 어떻게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를 보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설경구, 김남길, 설현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열연한다. 쇼박스 제공
설경구, 김남길, 설현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열연한다. 쇼박스 제공

▲소설을 이미 읽은 관객이라면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보는 걸 추천한 이유는, 생각이 한 발 앞서 나가 영화가 소설의 전개를 따라가길 기다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의 결말이 강렬하기에 더욱 그렇다. 자칫 각인된 소설 전개에 사로잡혀 이 영화의 진짜 재미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이미 소설을 완독했더라도 영화 속 열연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특히 영화의 초반은 소설의 배경을 착실하게 묘사하고 있고, 인물의 시각화도 꽤 잘 이루어져 있다. 배우 설경구는 특수 분장 대신 극한의 체중 감량으로 '늙음'을 표현해냈다. 앞서 개봉한 '불한당' 속 그와 동일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 첫 장면, 설원에 서서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는 병수를 보는 것부터 영화는 충격을 선사한다.

이 늙은 김병수는 어처구니 없이 아이 같거나, 맹목적인 행동으로 웃음도 준다. 관객은 병수에게 몰입하면서도 살인범에게 연민을 느끼는 부적절한 생각에 혼란을 느끼고 문득 단죄를 결심할 것이다. '늙은 치매 환자'와 '살인범'이라는 교차점은 관객을 희한한 구석까지 밀어 넣는다.

배우 김남길과 설현의 연기도 영화를 잘 받쳐준다. 설현은 AOA 수식어를 떼고 봐도 만족스럽다. 처연하고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은희 역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기존에 연쇄살인범을 다뤘던 많은 국내외 장르영화와 다른 느낌을 안겨줄 것이다. 경찰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벌이는 사투다. 끝날 때까지 계속 그 끝을 궁금해 하게 만든다. 오는 6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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