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美 옵션 수위 놓고
정의용과 긴급 통화서 논의
트럼프, 트윗 후 긴급 NSC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시사
中 미온적 반응 보일 경우
대북 해법 틀 흔들 가능성
일각선 “北과 협상 나설 수도”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뒤 6차 핵실험에 곧바로 나선 데 대해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북한의 이번 도발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주말 밤시간에 북한의 도발이 이뤄져 미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이 바로 나오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새벽 1시(현지시간)를 전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전화통화를 가지며 한미 라인을 즉각 가동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이 큰 핵실험을 실시했고 그들의 언행은 여전히 매우 적대적이다”는 트윗 반응을 보인 뒤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국가안보팀이 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티브 므느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포괄적인 제재안을 성안해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북한과 무역을 하거나 사업 거래를 하는 어느 누구도 우리와 무역 또는 사업거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을 시사했다.
지난달 초 “화염과 분노” 발언에 이어 “군사 해법이 완전히 준비되고 장전 완료됐다”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을 강력히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형 도발을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9월 9일에 이어 1년 만에 이뤄진 북한의 핵실험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에는 처음이다. 그간 미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괌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연쇄 도발에 이어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극한까지 자극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도발은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탄 실험’으로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명징한 시그널을 담아 사실상 미국이 설정한 모든 ‘레드라인(금지선)’을 북한이 동시에 밟은 것과 다름없다.
그간 군사 타격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 에도 불구하고 군사옵션의 한계로 인해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견지해 온 수단은 외교적 제재와 압박 강화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긴 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예고된 점으로 미뤄 일단 기존 해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수순이란 게 워싱턴의 기류다. 데이비드 라이트 참여과학자 연맹의 국제안보 프로그램 국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실험이 미국과 동맹국들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지만 외교가 여전히 긴장을 경감하고 위기를 피하는 가장 좋은 옵션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므느신 장관이 언급한 대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중국을 밀어붙여 대북 제재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특히 대북 제재의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에 중국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6차 핵실험이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과감한 조치를 단행할지 결심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바람대로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대북 해법 틀 자체를 흔들어 놓을 여지도 있다. 대다수 전문가가 대북 선제 타격이 파국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옵션으로 보고 있으나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온 예측 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제한적 타격 카드를 수면 위로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항공모함들을 한반도 주변으로 집중시키는 등 핵심 전략자산을 통해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수준의 군사적 대응이 거론된다.
반면 임박한 북한 핵 위협에 비해 군사옵션은 현실적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전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준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느닷없이 북한과 성급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