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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고요한, 축구화 5켤레나 챙겨 우즈벡 온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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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고요한, 축구화 5켤레나 챙겨 우즈벡 온 사연은

입력
2017.09.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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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이 3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기에 앞서 쇠로 된 재질의 스터드가 달린 축구화를 취재진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고요한이 3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기에 앞서 쇠로 된 재질의 스터드가 달린 축구화를 취재진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남들이 잔디밭에서 축구할 때 넌 얼음판에서 한 거야.”

국가대표 오른쪽 수비수 고요한(29ㆍ서울)은 5년 전인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당시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 뽑혀 타슈켄트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우즈벡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렀다. 선발로 나섰지만 경기 도중 수 차례 미끄러지며 부진했다. 한국은 고전 끝에 2-2로 비겼는데 고요한이 졸전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축구화 때문이었다.

축구 선수들은 보통 해외 원정 때면 2~3종류의 축구화를 준비한다. 우즈벡 잔디가 워낙 무르고 미끄러워 쇠로 된 재질의 긴 스터드가 달린 축구화가 필요했는데 고요한은 국내에서 신던 축구화만 달랑 1켤레 들고 갔다. 국가대표 해외 원정이 처음이라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고요한은 5년 만에 다시 우즈벡 땅을 밟았다.

한국은 오는 6일 0시(한국시간) 우즈벡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원정 경기를 치르는데 고요한도 신태용호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5년 전과 장소는 다르다. 이번에는 그라운드 사정이 훨씬 나은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린다.

그는 3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팀 훈련에 앞서 “5년 전에 축구화 때문에 너무 고생했다. 이번에는 쇠 스터드 2개, 고무 스터드 3개까지 모두 5켤레의 축구화를 가지고 왔다”고 당당히 밝혔다. 수십 명의 취재진과 고요한 모두 유쾌하게 함께 웃었다.

고요한은 우즈벡전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지난 달 31일 이란과 홈경기에서는 같은 포지션의 최철순(30ㆍ전북)이 90분을 뛰었다. 하지만 최철순은 이란전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우즈벡전은 아예 뛸 수 없다.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날인 2일 “오른쪽 수비로 고요한이 뛸 수도 있고 다른 포지션 선수가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고 전력 노출을 꺼렸다. 하지만 신 감독은 선수들이 원래 자기의 포지션에 뛸 때 가장 전력이 극대화된다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고요한이 선발로 낙점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요한은 “만약 출전한다면 일단은 실점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수비에 먼저 신경을 쓰겠다. 하지만 공격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키가 170cm로 이번에 발탁된 26명의 대표 선수 중 가장 작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영리한 축구 지능으로 왜소한 체격을 커버한다. 보스 기질도 있어 또래 사이에서는 대장 노릇을 해 ‘작은 거인’이라 불린다. 측면 수비수부터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팔방미인이다.

5년 전 타슈켄트에서 쓴 맛을 봤던 ‘작은 거인’ 고요한. 그가 이번에는 한국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안긴 뒤 활짝 웃으며 돌아갈 수 있을까.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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