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를 이번 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허리케인 피해지역인 텍사스주 휴스턴 방문중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한미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직접 확인해주면서다. FTA 폐기는 지금껏 알려진 일부 개정이나 수정, 혹은 재협상 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양국간 무역분쟁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데다, 한미동맹의 근간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이 어제 수소탄 시험 성공 운운하며 6차 핵실험을 강행해 어느 때보다 긴밀한 양국공조가 요구되는 시점에 나온 트럼프 발언의 진의는 확실치 않다. 정말 한미FTA 폐기를 밀어붙일 생각인지, 단순히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인지 등을 놓고 우리 정부가 다각도로 분석하며 대응을 고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대북압박과 미사일 지침 개정, 전략자산 전개 등 동맹간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 우려를 더한다.
트럼프의 돌출 행보가 우리 정부의 전략적 판단을 헷갈리게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미 정부가 한미FTA 폐기 절차에 돌입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이 소요된다. 우리가 협의를 요청하면 추가 두 달 정도가 더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한미 교역량 등에 대한 양국의 분석을 토대로 미국 정부를 설득할 논리와 채널을 마련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이번 기회에 FTA폐기에 대한 득실도 꼼꼼히 따져볼 것을 권핟다. 이미 대미무역에서는 ‘트럼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중국과 멕시코 등의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타격이 크다.
미국의 득실계산이 일방적이라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두 번째로 큰 미국산 쇠고기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액은 11억달러로, 2012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그래서 농업수출을 주로 하는 네브래스카주 등에서는 한미FTA 폐기에 반기를 들고 있다. 미국 백악관 등에서도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인사들이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틈만 있으면 한미FTA를 공격하는 트럼프의 성향으로 볼 때, 집권기간 내내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FTA 이전으로 회귀할 경우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포함해서 치밀하고도 선제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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