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상여금ㆍ복지포인트 등 인정
“경영 어려움 초래 예상 어려워”
‘신의칙’ 민간기업보다 엄격 적용
기아자동차 1심에 이어 공공기관인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의 통상임금 항소심에서도 노조가 승소했다.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라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에 있어서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김상환)는 지난달 18일 근로복지공단 근로자 2,983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항소심에서 “상여금, 급식보조비, 장기근속수당, 교통보조비, 직급보조비와 직책수행 경비, 맞춤형 복지포인트, 기본급 및 상여금의 소급인상분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라며 “시간외수당 차액분 174억원을 포함, 퇴직관련 급여 등 189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2013년 공단 근로자들이 제기한 것으로 지난해 5월 열린 1심 역시 2심과 같은 논리로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기아차 판결에서 사측의 방어논리였던 ‘신의칙’을 공공기관에 똑같이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3년 노동자가 요구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거 노사가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현재 지급할 경우 사측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 신의칙에 어긋나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를 확립했다. 때문에 ‘신의칙’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의 방어논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신의칙’ 적용 여부에 대해 “피고는 시장에서 경쟁 결과에 따라 존립과 영리획득의 규모가 좌우되고 이윤을 기반으로 노동비용 부담능력 내에서 임금인상 등을 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과는 설립목적, 존재 이유, 수입ㆍ지출 구조가 다르다”라며 “사건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예상하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데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재판부는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등 임금의 정의를 폭넓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임금에 대해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을 의미한다”라며 “통화의 형태로 지급되지 않는다거나 사용처가 제한된다고 해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2심 판결문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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