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美 LAㆍ英 런던보다도 높아
8ㆍ2대책 후 주담보대출 급증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10년간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3배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가계가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모아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9.3배)나 영국 런던(8.5배)보다 높았고, 캐나다 벤쿠버(11.8배)나 호주 시드니(12.2배)보다는 낮았다.
그 동안 서울의 집값은 가계소득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2013년 이후 4년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7.5% 치솟은 반면 가계소득은 8.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보다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운 곳은 중국 대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4.5배, 상하이는 14.0배였다. 홍콩은 이 비율이 18.1배나 됐다.
이번 조사는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와 미국 컨설팅업체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의 주택구매력조사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출처가 달라 단순비교하긴 어렵지만 세계적으로도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이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만으로는 집을 사기 어렵자 은행 대출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자 막차타기 수요가 몰리며 지난달 주택담보대출과 개인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8월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9조1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만에 2조4,654억원이나 늘었는데 이는 지난 7월 증가액(1조8,035억원)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는 대출 규제가 본격 적용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8·2 대책으로 투기지역(서울 11개구, 세종시)은 지난달 3일부터, 투기과열지구(서울 14개구, 과천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모두 40%로 강화됐다.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자 부족한 자금을 개인 신용대출로 메우려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지난달말 5대 은행 개인신용대출은 잔액은 93조9,188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899억원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세는 이달부터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주담대 규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고 금융당국도 신용대출 등 편법대출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가계대출 증가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계부채종합대책도 이달 중 발표된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