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찾은 종교지도자협의회
교황청서 프란치스코 특별 알현
이례적으로 별도 공간에서 만나
“3년전 한국 땅 순례 기억에 남아”
메달·자수 등 교환하며 종교 화합
“종교 지도자들은 모든 사람의 복지와 화해로 가는 과정을 시작하고 증진하고 동행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공포의 이야기들과 증오의 수사학과는 명백히 다른 말을 쓰는, 비폭력과 평화를 선언하고 상징하는 평화의 전조가 되어야 한다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2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 사도좌의 궁 도서관에서 성사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관계자들과의 특별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이번 종지협과의 특별알현은 시기적으로 북한 미사일 위기가 한창일 때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별알현에 앞서 종지협 대표단은 공동으로 작성한 서한을 통해 “한반도의 위기 해결을 위해 세계 모든 구성원의 관심과 기도, 식별과 협력을 위해 교황님의 기도를 호소합니다”라는 뜻을 전달했다. 교황이 모든 종교 지도자 앞에서 평화를 힘주어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교황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도와달라고”고 요청하자 “물론 그렇게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 달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날 특별알현은 교황청의 특별한 배려로 성사됐다. 바티칸을 찾은 종지협 대표단은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유교^천도교^민족종교 등 7개 국내 종교단체 대표로 구성됐다. 종지협의 교황 알현은 보통 수요일 미사 뒤 교황청 베드로 성당에서 일반 신도들과 함께 만나는 일반 알현 형식으로 이뤄져 왔다.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시간을 내서 한국 종교 대표단을 만나는 특별알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알현은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교황의 사진을 찢으며 교황과 교황청에 대해 테러 위협을 가한 동영상이 공개된 뒤라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대표단이 입장하자 교황은 모든 참가자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차관을 맡고 있는 아유소 대주교가 한국 대표단의 방문 목적을 교황에게 소개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대표단을 위한 이탈리아어 메시지를 낭독했다. 메시지를 통해 교황은 먼 로마까지 방문한 대표단을 치하한 뒤 종교 간 대화,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계속 강조했다.
교황은 “개인, 공동체, 사람, 그리고 국가들 간 더 큰 조화를 애원하고 전쟁을 거부하는 많은 이의 울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저 또한 주께서 평화와 형제 간 화해의 선물을 축복받은 한국민들에게 부여하길 늘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2014년 8월 한국 방문을 거론하면서 “여러분을 만나니 아름다운 한국 땅에서 순례여행을 갔던 일이 떠오른다”며 “주와 한국민들께 감사하다”고도 했다.
교황의 메시지 낭독 뒤 종지협 대표단은 각자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김 대주교가 십장생이 그려진 자수 그림을 선물하는 등 교황의 건강을 기원했고,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은 ‘심월상조(心月相照·마음의 달이 서로를 비춰준다)’라 쓰인 부채 등을 선물하면서 종교 간 화합을 기원했다.
교황은 대표단을 위해 한정 제작된 작은 메달을 손수 일일이 나눠 줬다. 동으로 제작된 메달 앞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상징하는 문장이, 뒷면에는 마태복음 25장 35절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고’ 문구와 마태복음 25장 40절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를 상징하는 그림을 덧붙여뒀다. 교황은 문간까지 나와 배웅을 하며 종지협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했다. 김 대주교는 “이런 기대치 못한 환대는 저 또한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 교정원장은 “제 일생의 뜻 깊은 만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바티칸=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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