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정위, 기관 제외한 최대 출자자
4.49% 유의미한 지분으로 판단
친인척 회사와 거래 등 공시 의무
#2 네이버ㆍ넥슨 등 자산 5조원 이상
5개사 대기업 집단에 새로 편입
김정주 대표도 ‘총수’ 지정받아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현 글로벌 투자책임자)에게 ‘동일인’(총수) 지위가 부여됐다. 네이버는 ‘재벌 총수’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글로벌 경쟁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기준 계열사 자산을 모두 합쳐 5조원이 넘는 57개 그룹(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53개ㆍ2016년4월1일 기준)보다 4개사가 늘었다. 네이버, 넥슨, 동원, 삼라마이더스(SM), 호반건설 등 5개사가 새롭게 지정되고, 현대가 제외됐다.
정부는 2009년부터 매년 재벌의 ‘문어발’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 등을 억제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은 ▦상호ㆍ순환출자 금지 ▦계열사 채무보증 제한 ▦공시 강화 ▦일감 몰아주기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 다만 정부는 올해부터 대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과 ‘공시대상기업집단’(5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차등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 가운데 공시 강화와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항만 지키면 된다.
네이버는 네이버, 라인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되며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고, 인수ㆍ합병(M&A) 등으로 1년 간 계열사가 17개사나 늘어나며 자산총액이 기준을 넘어섰다. 동원은 올해 초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로 자산 규모가 1조원 가량 늘어났고, SM은 대한상선, 동아건설산업 등 총 19개사를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넥슨은 주요 온라인게임 계열사의 매출 호조에 따라, 호반건설은 부동산 경기 호황에 자산이 커졌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 전 의장은 네이버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도 동일인 지정을 받았다.
앞서 네이버 측은 “이 전 의장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이 4%대에 불과하고, 다른 대기업들처럼 오너 일가 친척들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 않다”며 네이버의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네이버)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전 의장(4.49%ㆍ특수관계인 지분포함)이 경영참여 목적이 없는 국민연금 및 해외 기관투자자(20.83%)를 제외할 경우 최대 출자자로, 지배력 행사에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의장이 대주주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현재 네이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전 의장 본인은 물론 친인척이 소유한 회사가 네이버와 거래를 하게 되면 거래내역 등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지음’과 친족 지배회사 2곳 등 총 3개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4월 네이버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시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해 자료를 제출했다”며 “이 전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해외 투자활동 차질, 이미지 타격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이 전 의장을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장자료는 이어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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