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일.
손흥민(25ㆍ토트넘)이 국가대항전인 A매치에서 골을 못 넣은 기간이다. 2016년 10월 6일 카타르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이후 득점이 없다.
그는 20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1골을 터뜨리며 차범근(18골)을 넘어 한국인 유럽무대 단일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비슷한 기간 A매치에서는 1년 가까이 ‘개점휴업’했다. ‘국가대표 에이스’라기에 부끄러운 성적표다.
손흥민이 침묵하는 동안 한국 축구도 바닥을 쳤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현재 2위(승점 14ㆍ골득실+1)다. 승점 12인 3위 시리아(+1), 우즈베키스탄(-1)과 격차가 크지 않다. 오는 6일 0시(한국시간) 우즈벡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즈벡 대표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비기면 같은 시간 벌어질 이란-시리아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한다. 만일 패하면 4위로 떨어져 3위까지 나가는 플레이오프도 못 가고 아예 탈락할 수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관중을 모아놓고 유효슈팅 0개에 득점 없이 비기며 ‘졸전’을 펼쳤던 지난 달 31일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에서도 손흥민은 고개를 숙였다. 풀 타임 뛰었지만 전반 초반 땅볼 프리킥이 수비벽에 맞고 나간 걸 빼면 인상적인 장면도 없었다.
일부에서는 토트넘의 크리스티안 에릭센(25), 델레 알리(21), 해리 케인(24)과 같은 특급공격수가 한국에 없는 탓에 국가대표에 오면 손흥민의 활동 반경이 제한된다는 분석도 한다.
하지만 ‘번지수가 틀린’ 지적이다.
지금은 은퇴한 박지성(36)은 현역시절 ‘꿈의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다. 리오넬 메시(30ㆍ바르셀로나)와 함께 신계에 속한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 올 시즌 고향 팀 에버턴으로 이적해 다시 전성기를 열려는 웨인 루니(32), 웨일스 축구의 전설 라이언 긱스(44) 등이 박지성의 팀 동료였다. 하지만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국가대표에 도우미가 부족해 활약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 적은 없다. 한국 축구가 고비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박지성의 발에서 득점이 터졌다. 이제는 손흥민이 해결사 면모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도 굳은 각오를 보이고 있다.
대표팀은 2일과 3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이틀 연속 훈련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입을 굳게 다물고 비장한 표정으로 훈련장에 들어섰다. 그의 오른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지난 6월 오른팔이 부러져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지만 아직 팔에 붕대를 감고 뛴다.
신태용(48) 대표팀 감독이 전술 훈련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어 어떤 선수가 우즈벡전에서 중용될 지 예측은 힘들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란전에 이어 선발로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신 감독은 지난 2일 훈련 전 인터뷰에서 “이란전에서는 11대10(이란 1명 퇴장)으로 싸우고도 골을 못 넣어 질타를 받았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며 “우즈벡전에서 공격수들이 더 분발해줄 거라 믿는다. 무실점으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은 우즈벡을 상대로 좋은 추억이 있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우즈벡과 격돌해 연장에만 2골을 작렬하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손흥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던 이는 손흥민과 절친인 왼쪽 수비수 김진수(25ㆍ전북)다. 그는 이번 우즈벡전에서도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또한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을 도왔던 차두리(37)는 지금 신태용호 코치로 함께 있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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