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계의 대부 조동진 씨가 지난주 별세했다. 그의 관조적인 노랫말과 서정적인 선율은 포크 음악의 새 흐름을 이끌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노랫말은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과 사람을 관찰한 아름다운 시어(詩語)였다. 1980년에 발표한 2집 타이틀곡 ‘나뭇잎 사이로’에서 그는 ‘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어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옴을 느끼며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고 가지만 남녀의 사랑은 쉽게 오가지 못해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한탄하게 된다.
그는 노랫말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1985년에 발표한 3집의 타이틀곡 ‘제비꽃’에서 그는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멀리 새처럼 날고 싶다’고 했고, ‘다시 너를 만났을 땐 너는 많이 야위었고,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를 보았을 땐 너는 아주 평화롭고,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소녀를 세 번 만났고, 만날 때마다 소녀가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소녀의 감정을 노래했다.
1979년에 발표한 1집의 타이틀곡 ‘행복한 사람’에서 그는 외로움에 지쳐 울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며 ‘당신은 아직도 남은 별을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두 눈을 가지고 있고, 바람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그 마음이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다독이며 용기를 주었다.
외로움에 지친 우리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위로해준 그는 이제 저 하늘의 별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노래는 오래도록 남아 계속 우리를 다독여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