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의록은 국민 알 권리 위한 공적 관심사”
“업무에 지장 없고 오히려 투명성 확보에 도움”
위원들 이름과 직책 등 개인정보는 공개 제외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의과정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하태흥)는 참여연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정보공개거부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참여연대는 선거구 획정 논의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회의록 전체를 공개하라고 지난해 3월 선관위에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회의록이 공개되면 위원회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선관위 처분이 위법한 이유에 관련해 “헌법이 국회에게 국회의원 선거구를 입법하도록 위임하고 있어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이 갖는 헌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선거구 획정 결과뿐 아니라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도 공직선거 후보자나 유권자 입장에선 중요한 공적 관심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이 여론을 형성해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선 국가 시정과 관련해 만들어진 자료나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도 회의록 공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의록이 공개돼도 위원들의 업무에 큰 지장은 없고, 오히려 공정한 업무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의록이 공개되면 오히려 향후 구성되는 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차단될 수 있고, 위원들이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려는 위험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장기간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던 점을 의식한 듯 정치권의 행태도 질타했다. 재판부는 “위원회가 독립기구임에도 의결을 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합의만 기다리다가 장기간 선거구 공백이 생겼다. 다시는 이런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회의록에 등장하는 위원들의 이름과 직책 등 개인정보 공개 여부와 관련해 “위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을 수 있다”며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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