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골이 터지지 않아 6만 관중의 애를 태웠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었지만 한국이 이란을 이기지 못해, 안방에서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확정 짓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의 운명은 9월 6일 0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결판난다.
한국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중국은 후반 막판 터진 페널티킥에 힘입어 우즈벡을 1-0으로 제압했다. 한국이 이란만 눌렀다면 우즈벡과 마지막 원정 결과에 관계 없이 이날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골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해 10월 이란 원정(0-1 패)에 이어 이날도 유효슈팅(골문 안으로 향하는 슈팅)이 ‘0개’였다.
A조에서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란이 6승3무(승점 21)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고 한국은 승점 1을 추가하며 4승2무3패(14)로 2위를 지켰다. 이날 카타르를 3-1로 제압한 시리아가 3승3무3패(승점 12)로, 우즈벡(4승5패)과 승점 12로 같아졌다. 골득실(시리아 +1, 우즈벡 –1)에서 앞선 시리아가 3위, 우즈벡이 4위다.
한국은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우즈벡과 마지막 원정 경기를 치르는데 여기서 본선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 한국이 우즈벡을 이기면 2위로 월드컵에 간다. 그러나 비기면 시리아와 이란의 마지막 경기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우즈벡에 패하면 본선 직행이 물거품 되는 것은 물론 3위도 지키지 못해 4위로 아예 월드컵 진출의 꿈이 사라질 수도 있다.
신태용(48)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던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을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했다. 오른팔 골절 후 아직 붕대를 감고 뛰는 손흥민(25ㆍ토트넘)도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다. 또한 중앙수비수에 ‘주장’ 김영권(28ㆍ광저우)의 파트너로 김민재(21ㆍ전북)를 전격 선발로 낸 것도 파격적이었다. 김민재는 이날 이란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러 합격점을 받으며 ‘제2의 홍명보’ 출연을 기대케 했다.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은 졸전에 가까웠다.
양 팀 모두 초반 조심스런 경기를 펼치고 중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펼치며 좀처럼 상대 골문을 공략하지 못했다. ‘불량 잔디’도 원인 중 하나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그 동안 A매치나 K리그 경기를 치를 때마다 고르지 않은 잔디로 비난을 받았다.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이란전에 맞춰 7,000만 원을 투입해 그라운드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잔디는 경기 시작과 함께 참혹하게 패였다. 그라운드 곳곳이 쥐가 파먹은 듯 울퉁불퉁했다. 선수들은 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었고 종종 넘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은 그나마 세트피스로 활로를 뚫었다.
전반 16분 권창훈(23ㆍ디종)이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권창훈이 왼발로 찰 듯 상대를 속인 뒤 손흥민이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감아 찼지만 상대 수비벽에 맞았다. 한국은 2분 뒤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프리킥을 김민재가 가운데로 내줬고 장현수(26ㆍFC도쿄)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살짝 빗나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관중 입에서 일제히 아쉬운 탄식이 흘렀다.
후반은 한국 분위기였다. 이란의 퇴장이 결정타였다.
‘이란의 기성용’이라 불리는 에자톨라히가 전반 9분 김민재와 공중 볼을 다퉜고 두 선수 모두 쓰러졌다. 잠시 후 주심은 에자톨라히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느린 장면을 보니 그는 착지하면서 김민재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
잔뜩 불만 어린 표정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4) 이란 감독은 곧바로 구차네자드를 빼고 알리 카리미를 투입했다. 한국은 이후 김진수(25ㆍ전북)와 손흥민이 포진한 왼쪽 라인을 중심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신 감독은 후반 27분 이재성(25ㆍ전북)을 빼고 장신공격수 김신욱(29ㆍ전북)을 넣어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후반 32분 권창훈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마저 아쉽게 골문 위로 떴다. 후반 종료 직전 ‘라이언킹’ 이동국(38ㆍ전북)이 들어가 기대를 모았지만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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