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의 경기가 열린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붉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입장관중을 6만3,124명으로 집계했다. 6만6,704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것이다. 국내에서 열린 A매치 경기에 6만 명 이상이 모인 것은 2013년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6만5,308명) 이후 1,420일 만이다.
사전 예매로 5만9,540장으로 팔렸고 현장 판매도 1,500여장에 달했다. 뜨거운 열기 탓에 암표도 성행했다. 암표 가격은 정상 대비 2배 이상을 호가했다.
이날 경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오후 6시30분 입장 게이트 개방과 동시에 축구 팬들이 줄을 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진출의 ‘성지’가 될 경기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의지를 다지는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경기 오산시에서 퇴근하자 마자 경기장으로 향했다는 이모(28)씨는 “평소 축구장을 즐겨 찾지는 않았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동료들과 함께 달려왔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이란전을 찾은 팬들에게 붉은색 티셔츠와 응원도구인 클래퍼(짝짝이)를 무료 배포했다. 지난해 9월 중국과 최종 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 선착순 2만 명에게 붉은 티셔츠 배포한 적 있지만 모든 관중을 대상으로 티셔츠를 나눠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와의 최종예선 첫 맞대결에서 8만 이란 관중이 검은 옷을 입고 응원을 펼친 데 대한 맞불 차원이다. 관중들은 “즐겨라,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상암 불지옥’을 완성했다.
경기 시작 30여분 앞두고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주도로 응원전이 펼쳐졌다. 구자철(28ㆍ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25ㆍ토트넘), 이동국(38ㆍ전북)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소개될 땐 찢어질 듯한 함성소리로 기운을 북돋았다. 반면 한국과 악연이 깊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이 소개될 땐 야유가 빗발치기도 했다. 모든 식전행사가 끝나자 홈 팬들은 한국 축구 응원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응원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 메들리가 상암벌을 수놓았다.
경기장 남쪽 한 켠에는 200여명의 이란 응원단이 국기를 들고 “이란, 이란”을 외쳐보기도 했지만 이내 한국 응원단의 응원 소리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한국 응원단들은 이란 국가가 나올 때 정숙하고, 국가가 끝난 뒤 함께 박수를 쳐 주는 등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도 잊지 않았다. 이란 출신의 사업가인 아미르 투란(48)씨는 “한국의 응원 방식이 매우 활기 차게 느껴진다. 홈 그라운드 선수들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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