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계속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승전고를 울릴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전은 31일 시작점으로 되돌아왔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 등 인수후보 3곳과 다시 매각 협상을 시작한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최근 WD가 속한 일명 신(新) 미일연합과 매각 협상에 속도를 냈지만 이날 열린 이사회에선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미일 연합을 비롯해 신 미일연합,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폭스콘) 진영 등 3곳과 협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도시바는 이사회를 통해 신 미일연합에 독점교섭권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WD와 경영참여 조건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 한미일연합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전에서 ‘7부 능선’을 넘은 듯했다. 하지만 경쟁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사회에서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SK하이닉스의 지분 취득 가능성이 제기돼 주식매매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도시바와 미에현 욧카이치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운영 중인 WD가 반대해 도시바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제기한 것도 걸림돌이 됐다.
도시바와의 새로운 협상을 위해 한미일연합은 미국 애플을, 폭스콘 진영은 일본 소프트뱅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전의 양상은 한층 복잡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자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다른 파트너와 협상을 진행했다가, 또 원점으로 되돌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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