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침몰 어선 선내 실종자 없어
“갑자기 침몰” 불구 과적 원인 가능성
31일 포항 구항 선박충돌도 부주의
고질적 안전불감증 여전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하루 만에 두 건의 어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배 무게보다 많은 적재물이 실려 있었고 운행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어민들의 안전불감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는 지난 30일 포항 호미곶 동쪽 22마일 해역에서 전복된 구룡포 선적 붉은 대게잡이 통발어선 803광제호(27톤)에서 구조한 선장 김모(58)씨 등 3명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해경은 광제호의 배수 작업을 끝내고 정밀 수색한 결과 비상 상황 시 해경에 알릴 수 있는 V-PASS가 부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V-PASS는 어선의 위치를 해경에 알려주는 동시에 버튼을 누르면 조난신고가 접수된다.
해경 관계자는 “선장이 V-PASS가 선내 설치돼 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일단 탈락된 것으로 추정하고 선장과 선주를 상대로 철저히 조사 중이다”며 “선장이 비상벨을 눌렀다고 하나 적절한 탈출 조치를 취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광제호에는 배 무게보다 더 많은 짐이 실려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제호는 배 무게가 27톤 이지만 붉은 대게를 잡기 위해 통발 697개(6.8톤), 로프 25.2㎞(8.8톤), 얼음 7.75톤, 기름 4.42톤, 물 1톤 등 28.77톤을 실었다. 어선은 어구, 기름 등 짐을 얼마나 실어야 하는지에 규정이 없다. 하지만 적재물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파도 영향으로 복원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해경은 광제호가 과적으로 복원력을 잃어 전복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31일 4시 42분쯤 포항구항 앞바다에서 바지선 금광10호(1,207톤)와 어선 태성13호(4.66톤)의 충돌 사고는 어선의 운행부주의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통상 운항 중인 선박은 정박 중인 선박을 피해야 한다. 당시 어선인 태성호는 주선(7.93톤)과 보조선(4.66톤)이 조업을 위해 포항구항에서 출항하던 중이었고 바지선 금광10호는 예인선 금광9호와 부두에 정박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태성호는 주선과 보조선이 15m의 줄로 연결된 상태로 금광10호의 앞쪽으로 진입, 주선은 빠져 나왔으나 보조선이 바지선과 부딪혔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태성호 선장이 주선과 보조선 모두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금광호 앞으로 진로를 결정했으나 뒤의 보조선은 피하지 못하고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호미곶에서 전복된 광제호의 실종자 2명과 포항구항에서 충돌사고가 난 태성호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경은 31일 오전 8시 40분쯤 광제호를 구룡포항으로 예인해 유실 방지막을 설치한 뒤 잠수사 4명을 투입, 실내를 살폈지만 찾지 못했다.
해경은 항공기 4대, 함정, 민간어선 등을 활용해 사고 해역 주변을 계속 수색하고 있다.
광제호는 지난달 30일 붉은 대게잡이를 위해 먼 바다로 나가다 뒤집혀 타고 있던 9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했다.
태성13호는 지난달 31일 새벽 정치망 조업을 위해 포항구항을 출항하다 바지선과 충돌, 주선에는 피해가 없었으나 보조선에 타고 있던 선원 3명이 바다에 빠졌다. 2명은 경비함정에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고 1명이 실종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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