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무지해서 생긴 일”… 청와대도 ‘재신임’
창조과학회 활동과 뉴라이트 역사관 동조 논란으로 정치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아직 나라에 공헌할 부분이 남아 있다”며 장관 후보자직 사퇴를 거부했다. 청와대도 박 후보자에게 “소시민으로 살 때 흔적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박 후보자를 초대 중기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자는 3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 행적의 흔적들로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다만 제가 생각했던 부분, 또 장관으로 활동하려 했던 것들이 현 정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박 후보자는 현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동조했다는 지적에 대해 “부끄럽지만 특정 정치이념이나 역사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 생긴 불찰"이라며 몰라서 한 일이란 해명을 거듭했다. 박 후보자는 또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게 어떤 단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저는 연구 활동을 하면서 이제까지 어떠한 정치ㆍ이념적 활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 칼럼을 통해 뉴라이트 역사관 핵심인 1945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란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해서도 박 후보자는 ‘무지에서 생긴 불찰’이라고 답했다. 그는 “건국과 정부수립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에 기술돼 있는 가치(1919년 건국)를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승만ㆍ박정희 독재 정치를 옹호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적은 것으로 당시 깊은 고민이 없었다”며 “장관 후보자로서 반대편 생각에 대한 공부와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과학계로부터 반지성 활동이라는 비난을 받는 창조과학회 활동에 대해서는 학문과 신앙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해왔다는 논리로 논란을 피해 가려 했다. 그는 “저는 창조론이 아니라 창조 신앙 자체를 믿는 것으로 창조론이나 진화론에 대해서 한 번도 연구를 한 적이 없다”며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활동을 도운 적도 없다”고 말했다.
‘몰라서 생긴 일’이라는 박 후보자의 해명이 이어지자 장관 후보자로서 너무 무책임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창조론을 연구하지 않았다는 박 후보자 해명도 창조과학회 활동 동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날 박 후보자에게 ‘소시민 때 흔적들은 결격 사유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박 후보자를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재신임했다. 박 후보자도 “청와대가 용기를 줘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었다”며 청와대와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음을 내비쳤다.
한편 청와대는 박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논란이 됐던 뉴라이트 역사관 동조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3일 청와대 인사수석과 사전 면담을 했으나 역사관과 창조과학회 활동에 대한 질문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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