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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는 통상임금 소송 판결... 왜?

입력
2017.08.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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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칙 판단 기준 재판부마다 제각각

소송 중인 기업 115곳 촉각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비슷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이 수시로 엇갈리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혼란의 결정적 원인은 ‘신의성실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 인정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통상임금 범위확대가 임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사측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노사 간 합의나 관례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사측의 재정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보니 당기순이익 적자, 영업손실, 워크아웃 등 기업 재정의 어려움이 명확한 경우에도 법원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 3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법원이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치냉장고 ‘딤채’로 알려진 대유위니아도 2014년 1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신의칙이 부정됐다.

더욱이 대법원의 취지와 달리 하급심에선 추가수당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기업의 이익잉여금, 주주배당금 등의 기준까지 임의로 추가해 신의칙 인정에 대한 잣대로 삼으면서 동일한 통상임금 소송 건에서조차 심급마다 판결이 뒤집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1심에서 부정된 신의칙이 2심인 항소심에선 인정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통상임금 범위확대로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상 위기를 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은 1년에 80억~1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의 통상임금 소송도 1심과 2심에서 신의칙 판단이 엇갈려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은 115곳에 달할 정도인 만큼 신의칙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에는 서울메트로, 쌍용차, 한화테크윈,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신의칙을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조차 변하는 경향도 있다”면서 “노ㆍ사ㆍ정 합의를 통해 통상임금 범위와 신의칙 인정 기준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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